영화 <버닝> 리뷰(결말, 해석)
생의 근본적 기분은 불안이다.
불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직장인들은 직장인대로,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대로 각자의 불안을 토로한다. 삶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아마도 삶에 정답이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가령 특정인을 롤모델 삼아 그의 삶이 정답이라 믿고 추종하거나 가까운 어른들의 인생조언을 따르는 것 말이다.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M. Heidegger)는 불안에 대해 위와 같이 언급한 바 있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언제나 불안하다. 자신이 믿는 삶의 정답대로 살지 못하는 인간이 불안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답대로 사는 사람들마저도 그 삶의 틀을 유지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한다.
영화 <버닝>은 불안에 대한 영화다. 불안한 존재들을 반복해 보여주면서 근본적인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버닝>에는 질문만 있고 정답은 없다. 메타포와 생략을 통해 모호한 위치에 관객들을 위치시키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겼다. 그리고는 정말 정답이란 것이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 영화다.
종수(유아인)는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다 군대에 다녀왔다. 복학 준비 중이며 유통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우연히 행사 도우미로 일하는 초등학교 동창이자 고향 친구인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종수와 하룻밤을 보낸 뒤 해미는 고양이를 부탁한 채 돌연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얼마 뒤 젊고 부유하지만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의심스러운 벤(스티븐 연)이라는 남자와 함께 귀국한다.
없다는 것을 잊으면 돼.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는 거야.
나는 판단 같은 것은 하지 않아요.
그냥 받아들이는 거지.
연기처럼 사라졌어.
노을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
없다는 것을 잊는 행위
오히려 옳고 그름이 없는 게
진실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