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감독 영화 <4등> 리뷰(해석, 결말), 넷플릭스 추천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이효리의 어록 중 하나다. 2017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길거리에서 만난 초등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출연자가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말하자 바로 맞받아치며 던진 말이다. '훌륭하다'는 어른의 기준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냥 아무나 돼!"라는 말은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의미와 함께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영화 <4등>은 아이가 '훌륭하길' 바라는 어른들의 강요와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는 그저 수영이 하고 싶다. 그런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해 등수가 매겨지고 강요받고 폭력까지 당한다. 수영을 '그냥' 하고 싶었던 아이는 수영을 '잘'하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훌륭한 것'이라 말하는 어른들 사이에 둘러싸인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훌륭하길' 바라는 마음은 강요와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12살 준호(유재상)는 수영에 재능이 있지만 매번 4등만 한다. 엄마 정애(이항나)는 아들 준호를 1등으로 만들고자 국가대표 출신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를 어렵게 소개받는다.
광수의 교육법은 혹독했다. 광수는 지시한 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준호를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린다. 한 달 후 열린 대회에서 준호는 간발의 차로 2등을 차지한다. 정애는 아들이 '거의 1등'이라며 기뻐한다.
그날 준호네 집은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이때 신이 난 동생 기호(서환희)는 "맞고 하니까 잘하게 된 거야?"이라고 묻는다. 상황을 파악한 아빠 영훈(최무성)은 광수를 찾아가 따진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광수의 체벌에 준호는 더 이상 "맞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 한국기록 넘었어요.
네가 미워서 때린게 아니야.
내가 잘못해서 맞은 거야.
1등이 하고 싶어요.
맞을 짓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