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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래

면담2

일상과의 단절

by 하늘을 나는 백구

막 일어난 듯 부스스한 얼굴로,

빗지않은 듯 부풀은 머리로

반쯤 벗겨진 허연 입술로

그렇게 내 앞에 와서

필우 엄마라고 말했다.


이혼 한 지 이제 한 달.

그새 변해버린 아이를 상담한다며,

부끄러운 손끝으로

오징어 한 축을 내민다.


아버지 역할이 필요해

창피를 무릅쓰고 왔노라고,

말끝을 흐린다.


담임의 역할이니

내게 맡기라고

몇 번의 다짐 끝에

창백한 뒷모습을 보낼 수 있었다.


면담이라는 허울로

가정의 뒷조사로

그런 혐오(嫌惡)로,

가식(假飾)으로 치장하고

거짓으로 번질거리는,

만족이라는 침묵 속에

돌아서던 엄마들 보다,

훨씬 가라앉은 기분을 추스르며

함선생과 소주를 기울인다.


1반은 영 기백이 없어서

2반은 너무 소란해서

6반은 발랄하긴 해도 성적이 안나와

그래도 8반이 제일 낫다고

기분 좋아 2차로 맥주를 마신다.


가끔은 추락하고 싶다.

무지개 빛 절망과 구리 빛 환상 속으로

그들과 함께 추락하고 싶다.

슈퍼에 들러 귤 5천원 어치만 사고

조심스레 현관을 열고

일상을 단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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