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없는 세상에서
시를 모르는 나에게도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이 있지.
그게 너 때문은 아니었고,
노을이 무너지는 저녁 때문도 아니었어.
그저, 문득, 울음이 터져버릴 때가 있었지.
시라도 끄적이는 나를 보고
누군가 웃을 수도 있겠지.
시를 모른다 해서 누가 뭐라 하겠냐만은.
하지만 그게 네가 아니라서,
흐르는 저녁 별 때문이라면
그냥, 써도 괜찮지 않을까.
이 세상이 시 한 편 없이 텅 비어서
끄적이는 모든 것이 시가 되는 줄 아는 나에게.
이 모든 감정이 너 때문은 아니어도 괜찮다면
하얗게 번지는 달빛을 걸러내는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 때문이라면,
시라도 써야만 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