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 지긋한 녀석이 또 찾아왔다

내려놓음, 내맡김의 지혜로 향하는 길

가슴이 찌릿 찌릿 울렁거린다.

심장이 조여드는 듯했다가 갑갑해진다.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아득한,  익숙하고도 지긋지긋하고 불쾌한 이 녀석이 다시 찾아왔다.  견딜수 없는 이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당장 뭐든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나는 희생양을 찾는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내 옆에서 내 마음을 돌봐주지 않아?

왜 내 기분을 물어봐주지 않아?

왜 나를 불안하게 해? 왜 나를 외롭게 만들어?

왜 나를 더 사랑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

내가 힘든 거 다 너 때문이잖아. 나는 노력하는데 왜 너는 노력하지 않고 항상 똑같아?

가족을 비난했다가 친구들을 비난했다가 애인을 비난했다가 남편을 비난했다.

걸리기만 걸려봐라 살기 가득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돈 걱정이 없으면, 살을 좀 빼면, 결혼을 하면, 여행을 떠나면, 운동을 하면,  진정한 친구가 생기면, 부모님이 싸우지만 않으면, 좀 더 좋은 집에 살면 내가 좀 편안해지지 않을까? 이 지긋지긋한 괴로운 기분을 갖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돈을 벌자, 살을 빼자, 결혼하자, 여행 가자, 운동하자, 친구를 사귀자, 부모님은 그냥 그분들의 인생으로 인정해 드리자, 내가 꿈꾸는 바다가 보이는 좋은 집에 살아보자!

지금껏 나를 그리도 바삐 움직이게 만들었던 원동력은, 이 녀석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었다.

익숙한 그놈이 다시 찾아왔다. 어쩌면 이것은 한 번도 내 주위를 떠난 적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견디지 못했던 것, 견딜 수 없었던 것.

눈부시게 파란 바다가 보이는 꿈에 그리던 그 집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생각한다.

아.. 이게 아니었나 봐.

그래! 항복이다.

이제는 그만 고집부리고                                                                                                             내 괴로움의 근원으로 돌아가 그 녀석을 만나야 겠다.

줄다리기를 하다가 손을 놓으면 싸움은 즉시 끝날 것이다.
밧줄도 없고 당기는 힘도 없다.
끌어당기는 힘이 아무리 세더라도 손을 놓아 버리면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그게 애초부터 당신이 정말로 원했던 것의 전부다. 누가 축구팀을 전부 집으로데리고 가라고 했는가?
그저 힘 빼고 놓아보내라. 그러면 그 모든 몸부림이 끝난다. 그것이 바로 내맡김이란 것이다.
당신은 그 안에 있고 에너지가 당신을 그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제발 맞써 싸우지 말라. 그저 내부의 손에서 힘을 빼고 놓아 보내라.
이것이 마치 선문답처럼 들리더라도 괜찮다. 선문답이 맞으니까.
당신은 강해야 할 필요가 없다. 지혜로워지기만 하면 된다.
당신이 그저 힘을 빼고 놓아 보내 버리면 갇혀 있는 에너지는 당신을 아무 데도 데려갈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폭풍의 나장판 뒤에 있는 내면의 자리를 발견할 것이다.

-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마이클 A 싱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