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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리 Dec 19. 2024

나를 모으는 중입니다.

스레드로 나만의 생각 아카이브 만들기

요즘 스레드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내가 스레드 유저라서 유독 그렇게 느끼는 걸까. 여러 통계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스레드(Threads)는 메타에서 운영하는 텍스트 중심의 SNS 플랫폼으로, X(구 트위터)를 겨냥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는 서비스이기에, 기존의 허세 사진이나 현란한 영상에 지친 나 같은 사람들이 아마도 스레드로 많이 넘어온 것처럼 보인다.


다른 SNS들이 보여주기식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면, 스레드는 오히려 '보여주지 않음'의 미학을 추구하는 듯하다. 화려한 필터나 편집 없이, 오직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 그래서인지 그 어떤 플랫폼보다 훨씬 더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하다. 내가 올린 글에 누군가 공감의 댓글을 달아주면, 마치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따뜻함 마저 느끼곤 한다.




앞 장에서 예찬한 블로그의 매력과는 조금 다르게, 스레드에는 만의 감성이 있다. 스레드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부유하고 있었고, 유저들의 외면보다 그들의 내면을 볼 수 있어 그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T스럽고 왈가왈부 소란스러운 X보다는, 공감과 지지의 정서가 더 강한 스레드. F형 인간인 나에게 스레드는 최적의 플랫폼이었다.


블로그가 보다 깊은 사고와 긴 호흡을 요구한다면, 스레드는 순간적인 아이디어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적합했다. 예전에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면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 하지만 스레드에서는 짧은 생각이라도 가볍게 적어볼 수 있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었다. 글쓰기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한 번에 500자만 쓸 수 있글자수 제한도 스레드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이 제한은 역설적으로 더 풍부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는데, 긴 글에서는 미처 담아내지 못했을 순간의 감정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의미를 응축시키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 된다.


사실 우리는 긴 글을 읽는 것도, 그리고 긴 글을 쓰는 것도 모두 힘들어하지 않던가.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고 그저 스캔할 뿐이다. 그러고는 빠르게 공감(혹은 무시)하고 재빨리 넘겨버린다. 스레드는 이런 현 시대적 흐름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하루 평균 6,200번가량의 생각을 한다는데, 그렇게 스쳐 가 버리는 생각들이 나는 아까웠다. 찰나의 생각들을 붙들어 두고 싶었고, 스레드는 그런 용도로 쓰기에 아주 적합한 SNS였다. 흑과 백의 텍스트가 주는 단정함, 단순한 유저 인터페이스 마저도 내 취향에 꼭 맞았다.


나는 하루 세 번 정도 스레드 글을 올린다. 블로그 글감으로  적기엔 왠지 너무 짧은 생각들을,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기록하고 싶을 때 주로 스레드를 사용한다. 올리는 글은 단 한 줄 이어도 좋고, 500자를 꽉 채우거나, 혹은 그것도 모자라면 댓글로 타래 글을 이어가기도 한다.




특히 퇴사 후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스레드는 나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직장인이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창가에 내리는 햇살의 따스함, 동네 곳곳에서 마주치는 낯익은 얼굴들, 산책길에 스치는 계절의 변화까지. 이런 순간들을 포착해 기록하는 즐거움을 스레드가 선물해 주었다.


퇴사 후의 시간은 나에게 '비움'과 '채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회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 그 여정에서 스레드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동반자가 되어준다. 때로는 고민을,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설렘을 기록하며 나는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




나는 종종 스레드에 올린 글들을 다시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때그때의 생각들이 마치 일기장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이런 기록들이 쌓여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깊이 있는 통찰로, 때로는 가벼운 농담으로, 때로는 순간의 감정을 담아낸 한 줄로.


흩어질 뻔한 생각들을 붙잡아 기록하며, 그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내게 스레드는 단순한 SNS가 아니라, 내 사고와 감정의 흔적을 남기는 일종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나와 같은 '생각하는 백수'들에게 완벽한 놀이터가 되어주는 스레드. 매일 아침 스레드를 열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어제의 내가 남긴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오늘의 생각을 기록하며,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오늘도 순간의 감정들을 스레드에 담아낸다. 이렇게 쌓이는 기록들이 언젠가는 내 인생의 소중한 아카이브가 되리라 굳건히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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