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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un 07. 2023

아무도 보지 않아도 쓸 수 있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함께 하는 작가 자의식 생성기

이제 '아무도 보지 않아도 쓸 수 있나?'와 '무엇을 써야 하나?'만 쓰면 거의 다 정리한 것 같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는 장편 소설 집필 방법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보시길 바란다. 나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면 딱히 지금은 필요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 아무도 보지 않아도 쓸 수 있나?

- 무엇을 써야 하나?

-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 순문학, 대중문학. 도대체 어쩌라고?


이렇게 남은 것 같다. 빠르게 써보자.


4. 아무도 보지 않아도 쓸 수 있나?


"하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혹은 태도로서 표명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참된 작가에게는 문학상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주 많다'라는 것이겠지요. 그 하나는, 자신이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실감이고, 또 하나는 그 의미를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독자가 -그 수의 많고 적음은 제쳐두고 -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실감입니다. 그 두 가지 확실한 실감만 있다면 작가에게 상이라는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입니다. 그런 건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혹은 문단적인 형식상의 추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73p)


하루키가 아쿠타가와상을 타지 못해서 너무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안 그래도 자기 경험으로 얘기하는 하루키가 "문학상을 못 타는 작가들"에 대해 생각도 안 했을 것 아닌가. 


문학상, 그냥 받는 것 아니던가요? 이러면서 내 속을 뒤집어 놓았을 하루키일텐데. 안 타서 다행이다. 덕분에 내가 고민하던 "데뷔 못하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과 "당선 못하는 작가 지망생"에 대해 고찰을 그가 미리 해주었다.

(설마 이게 번역되서 하루키상이 읽게 되지는 않겠지? 제발. 그렇게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한평생 조금도 없었다.)


"내가 여기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건 작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격'이라는 점입니다. 상은 어디까지나 그 자격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작가가 행해온 작업의 성과도 아니고 보상도 아닙니다. 하물며 결론 같은 것도 아니에요. 어떤 상이 그 자격을 어떤 행태로든 보강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 작가에게는 '좋은 상'이라는 얘기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혹은 도리어 방해물이 되고 성가심의 원인이 된다면, 그것은 유감스럽지만 '좋은 상'이라고 할 수 없다, 라는 얘기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83p)


결국 요약하자면, 하루키는 문학상보다는 

1. 자신이 의미있는 것을 만든다

2. 그 의미를 평가해주는 독자가 존재한다

라는 실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한 문학상이 결론도 성과도 보상도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이라는 사람에게 좋은 영향이 된다면 "좋은 상" 아니라면 "나쁜 상"이라고 무려 평가까지 한다.

하지만 애초에 하루키는 데뷔를 했고 그걸 '입장표'라고 비유했다. 작가로 인정받은 하루키에게 문학상은 이런 의미인 것이다. 나와는 다르다.


하지만 나에게 대입을 할 수 있다. 나는 독자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웹소설 연재 사이트도 있고, 브런치, 블로그도 있다. 결국 하루키가 말하는 건 독자다. 실질적으로 그는 "내 책을 자기 돈 들여 사주는 독자"라고 칭한다. 이렇게 단순하다. 독자가 있는한 그는 생계 걱정은 없다.


결국 문학상에 자존심 상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솔직히 그가 말한 것에 다 공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1. 자신이 의미있는 것을 만든다

2. 그 의미를 평가해주는 독자가 존재한다


이건 억지로라도 익숙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


결론적으로, 아무도 보지 않아도 쓸 수 있나?

- 쓸 수 있다. 내가 의미있는 것을 만든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 또 그 의미를 평가해주는 독자가 존재한다면 말이다. (여기서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아무도 안 보는데 독자가 있다고? 아무도 관심을 안 주는데? 그래도 투고 관계자를 생각하면 고개를 조금은 끄덕일 수 있다.


투고하면 조금이라도 읽어주기라도 한다. 그들도 그렇게 모르는 이메일로 온 익명 글을 

'에이. 혹시 모르잖아.' 하는 마음으로 읽어준다. 그들도 믿어주는 나를 내가 포기하지 말자.)

(또한 내 경우에는 '이게 뭘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어주는 웹소설 연재 사이트 독자와 인터넷의 불특성 다수들이 있다.)

- 애초에 글 같은 거 안 써도 살 수 있다. 쓰기 싫으면 안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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