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다 뒤졌다
2. 제주도, 비행기표 취소당한 날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표가 취소되었다. 놀라지 말라며 전해준 리더의 말에 나는 재차 물었다. 아, 그래. 내가 묻기 전에 그녀는 두 가지 옵션을 알려줬다.
“오늘 꼭 가야 하는 사람은 셀프로 예매를 하고, 오늘 숙소에서 자고 내일 가는 비행기를 타도 돼.”
머리속이 텅 빈다. 한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교회 수련회 숙소인 기도원으로 돌아왔다.
공항은 카오스. 난 겁이 몰려와서 울 것 같았다. 그 순간에 뒤 의자에서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전 낭만이네. 헛웃음이 지어졌으나 이미 울상인 표정이기에 그 마음은 감쳐졌다. 뭐요? 이게 어떻게 낭만? 집에 못 가는데? 미아인데? 나만 이렇게 겁쟁이인가 싶은 게 모두가 생각보다 침착했다. 혼자 떨어진 기분에 눈앞이 하얘진 건 나 뿐인 듯 했다.
문제는 아래와 같다. 비행기표 예매 해본 적 없다. 모바일 카드 결제가 갑자기 안 된다. 비행기표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사소한 문제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이 사람들이랑 하나도 안 친하다거나. 그런 사람들이랑 10명씩 한 방에서 자야 한다거나. 갈아입을 속옷이 없다거나.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상관. 일단 살고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되서 두번째 카드까지 실패했을 때 정말 엉엉 울고 싶었다. 무려 대한민국인데도, 심지어 모두가 한국인인데도 나 혼자 버려진 기분이었다. 일단 아무도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고 나도 그래도 일년 된 21살 성인인데 “이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하면서 폰을 내밀고 싶지 않았다. 같잖은 자존심인지 아니면 당연히 단체로 행동할 줄 알았는데 각자도생하라는 말에 뒤통수를 맞은 배신감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앞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