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8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소방관을 위한 이완 요가> 프로젝트가 드디어 마무리되었습니다. 매주 남양주, 의정부, 구리, 일산, 동두천, 가평 등 경기 북부 곳곳을 누비며 200명의 소방관을 직접 만났습니다. 그들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지만, 그 호칭이 낯설었습니다. 사실 그들이 제 스승이자 영웅이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두 가지 배움을 나눕니다.
1. 젊음의 묘약은 호기심이다
첫 수업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나이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30대인지, 40대인지, 50대인지 알 수 없는 몸. 제 눈앞에 앉아 있고, 누워 있고, 서 있는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깨끗하고 투명한 생기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젊음의 묘약은 다름 아닌 호기심이었습니다.
요가라는 낯선 세계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수업에 몰입하는 그들의 눈빛은 말갛고 맑았습니다. 수업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도 되는 듯 호흡을 더했습니다. 제가 한 소방관의 어깨에 손을 얹는 순간, 우리는 함께 이완으로 녹아드는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의 집중력과 진지함, 그리고 성실함이 제 마음속에 따스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그들의 호기심은 저마저 물들게 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우리는 호기심을 잃을 때 늙습니다. 아기 고양이와 성인 고양이를 바라보며 종종 생각합니다. 아기 고양이는 서랍이 열리면 냉큼 뛰어들어 탐색을 시작하고, 택배 상자 하나에도 눈이 반짝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인 듯 궁금해하는 그 시선은 탐이 날 정도입니다. 반면, 성인 고양이는 세상만사 다 아는 듯 흘겨볼 뿐입니다. “나 그거 해봤어.” “그건 내 취향이 아니야.” 이런 태도가 나를 얼마나 찌들게, 늙게 만들었는지 그들의 호기심 속에서 깨달았습니다.
2. 내 안전과 안녕은 공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핸드폰과 랩탑을 카페 테이블 위에 두고도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는 나라입니다. CCTV 덕분인 줄 알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손길이 내 안전과 안녕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머리로만 알았지 몸으로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수업 도중에도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건물 전체가 진동했습니다. 소방관들은 연신 미안해하며 현장으로 출동하곤 했습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삶과 죽음이 갈리는 경계,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현장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긴장 속에서 대기하고, 부름이 오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는 이들.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방관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애쓰는 분들을 만나고, 그들의 안녕을 위한 기획에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들에게 큰 구원을 받은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을 수 있었던 운명의 고리에 감탄하고, 인연의 깊이에 다시금 숙연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