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는 동료가 하고 응대는 친구가 하니 더 이상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나는 회사 동료에게 밑도 끝도 없는 제안을 했다. “내가 사람을 모을 테니 회사 밖에서 머신러닝 유료 강의해보는 거 어때요?”
커다란 그는 나를 가만히 내려봤다.
“그래요!” 그는 내 제안을 그룹 과외 정도로 생각했는지 알겠다고 했다. 훗 날 들어보니 모아봐야 뭐 최대 5명을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눈 깜짝할 사이 0원으로, 15명을 모았다.
그들은 선불로 강의료를 지불했기에, 그 강의료로 강남역에 스터디룸을 빌렸다. 그 스터디룸에 동료가 나타나 강의를 했다.
내가 한 일이라곤 머신러닝이 궁금한 사람을 모으는 글을 썼을 뿐이다. 어느 퇴근 후 저녁, 집에 도착해 구구절절 글을 썼다. 이 강의가 얼마나 좋길래. 내가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는 리스크를 총대 메고, 회사 밖에서 이 강의를 팔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 이야기가 팔렸다고? 본론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이야기가 팔린 주된 이유는 상반되는 키워드 두 가지를 충돌시켰기 때문이다.
예로 강의하고자 하는 “머신러닝” 키워드 옆에 사뭇 어울리지 않는 “드립력“이라는 키워드를 충돌시켜 붙였다.
한때 유행처럼 번진 머신러닝을 너도 나도 배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해당 주제는 생각만 해도 어렵다. 진입장벽이 높다. 따라서 ”드립력으로 배우는 머신러닝“이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이야기를 풀었다.
실제로 내가 생각한 동료의 강사로서 강점은 수업 중 적절한 짤의 사용과 어떤 급습 질문도 웃기게 받아치는 드립력이였다. 또한 우리 강의는 머신러닝 전문가를 위한 실무 강의가 아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대중을 위한 교양강의였다. 머신러닝과 드립력 조합의 키워드는 강의의 강점을 정확히 타격하면서도, 먹히는 키워드가 됐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 두 개를 충돌시키는 방식은 떡상하는 영상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도 쓰인다고 한다. 예로 빌 게이츠(부자)가 식료품 가게 자재들(일반적)의 가격을 맞추는 영상은 조회 수 4043만 회가 나왔다. 기초 생활 수급자가 명품 백의 가격을 맞춘다든지, 할아버지들이 섹시한 춤을 추는 영상도 우리의 시선을 끈다.
나 또한 충돌되는 두 개의 키워드(머신러닝과 드립력)를 장착한 글을 반쯤 누워 썼다. 노트북이 배 위에서 뜨거워졌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피피티로 개발새발 디자인을 붙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강의 문의를 하기 시작하자, 그들을 결제까지 부드럽게 유도할 수 있는 글을 써서 유형화했다. 친구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해 템플릿화 된 글로 수강생들을 응대하도록 했다.
강의는 동료가 하고 고객 응대는 친구가 하니 더 이상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나는 일을 멈췄다. 하지만 내가 쓴 글로 한 플랫폼에서 6천만 원이 넘게 만들어졌고, 이후 동료의 강의력으로 그 이상의 매출이 만들어졌다.
동료는 본인 연봉보다 높은 돈을 강의 부업으로 벌게 되자, 퇴사 후 본업을 강의로 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사업자 폐업하자.“ 다음 에피소드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