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책임 사이
며칠 전, 제주 교통방송 통신원으로 위촉되었다.
아직은 ‘교통 통신원’이라는 말이 낯설다.
교통정보를 제보하는 일이 의미 있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문자로 교통 상황을 꾸준히 제보해 왔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직접 연결되어 정보를 전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책임을 느끼게 한다.
이제는 단순한 제보자가 아닌,
관찰하고 판단해 전달하는
교통 상황의 ‘목소리’가 된 것이다.
조금은 긴장되지만, 그래서 더 배우고 싶다.
방송이라는 익숙한 단어와는 조금 다른 결이다.
나는 그동안 심리코칭 전문가로 방송 패널 활동을 해왔고, 말하는 일은 내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 새로운 역할 앞에서는, 나도 초보자다.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눈으로, 직접 운전하며 도로 위의 상황을 전하는 역할이다.
막상 교통통신원으로 방송을 하려고 하니, 세심한 관찰과 책임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엔 그저 풍경을 즐기며 흘러가는 시간을 느꼈다면
지금은 도로 위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이 머문다.
요즘 나는 길 위에서 마치 탐정처럼 운전한다.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 이제는 내 눈에 ‘정보’로 포착된다.
도로명도 외우게 되고,
우회도로가 있는지,
공사 구간은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
어느 구간에서 유난히 정체가 심한지,
내 시선은 이제 ‘정보’로 이어질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말로 전할지도 연습 중이다.
짧고 간결하지만, 듣는 이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의 흐름을 점검하고 단어의 온도를 조절한다.
도로 상황이라는 낯선 주제를 말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추거나, 우회하여
더 안전하고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방송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시민 교통 통신원으로서 나는 누군가의 운전길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평소와 다르게 차가 막혀 답답해할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며 마음 한 편의 긴장을 잠시나마 덜어주고 싶다.
길 위의 불편함과 혼잡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다. 하지만 그 길이 왜 막히고 있는지,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지, 언제쯤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면 그 순간의 답답함이 조금은 견딜 만해진다.
잠깐의 정체에도, 마음이 여유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누군가의 운전길에 잠시나마 평온을 더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길 위를 달리며 관찰 중이다.
아직은 많이 어색하고 조심스럽지만
이 새로운 역할을 통해
내 시선이, 내 말이 누군가에게 작지만 분명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