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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다

by 기다림

올해의 독감 접종을 마쳤다.

매년 무료접종 대상자인 아들을 따라 다같이 접종을 했고, 올해도 역시나 겨울 대비 주사 한 방 맞았다.

초3 아들은 눈 뜨자마자 울면서 다음에 가자고 협상을 시작했다. 토요일은 사람이 많아서 대기가 많으니 평일에 가자, 수요일에 일찍 마칠 때 가자 등등의 이유를 대며... 거센 창이었다. 이럴 땐 또 어찌나 논리적인지...;;;

그러면 나는

환절기라 지금은 어디든 사람이 많다, 평일에는 줄넘기도 하기 때문에 샤워해야 하는데 접종하면 못 씻으니 힘들다, 접종 후에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토요일 오전이 좋다 등의 이유를 대며 단호한 방패가 되었다.

결국, 2시간의 마음다짐 시간을 갖고 세 명 다같이 소아과로 갔다. 걱정보다 대기도 짧았다. 아들-나-남편 순서로 줄줄이 한 방씩 맞았다. 독감은 늘 느끼지만 맞을 때 아프고 며칠 간 팔이 쑤신다. 아들은 엄살을 부리며 왼팔을 못 쓰겠다고 했다. 남편도 생각보다 아프다며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말했다.


"내일까지는 팔이 우리할 거야."


그러자 아들이 물었다.


"우리한 게 뭐야? 욱신거린다는 거야?"


우리하다.

독감 접종 후 팔이 욱신거릴 때,
우리는 말한다.
"윽시 우리하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전에서도 정리한 것처럼 '우리하다'는 몹시 아리거나 또는 욱신거린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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