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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Nov 03. 2023

나는 '김치'다.

중간시험이 끝나고 나의 학생들은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있다. 75분씩 2번 만에 끝내야 하다 보니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활동을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첫 단계로 '나를 사물에 비유'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스무 살 대학생이다 보니 '나는 넘길 수 있는 스케치북이다.'와 같이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또는 설렘이 담긴 비유가 많았다. 간혹 '나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이다.'와 같이 자신감 넘치게 자기를 소개하는 친구도 있었다.


수업 후 학생들 글을 피드백하다가 '나는 김치다.'라고 비유한 글을 보았다. 이유도 꽤 멋졌다. 이 친구 글에 감동받고 있는데 옆방 친한 교수님이 놀러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방금 본 '김치'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 비유 신선하지 않냐며 자랑을 이어 나가는데,


"김치요? 푹 삭았어요?"

"삭았다뇨! 풋풋한 1학년한테!"


순간 우리 둘은 빵! 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 교수님은 프로젝트 결과물을 도출하느라 몇 날 며칠을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있었다. 피곤이 온몸을 휘감아버린 교수님께 '김치'는 푹~ 삭은 묵은지였다.


같은 대상을 보고도 각자가 처한 상황, 나의 상태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물론 풋풋한 나의 학생은 '유산균 톡톡' 김치였다. 김치라고 비유한 이유는 '나는 늘 새롭고 신선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차고 싱그러웠다.(간호학과 남학생이고 늘 조용히 묵묵히 수업을 듣던 학생이라 이 비유가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나도
친한 교수님도
일상에 지친 우리 모두가
'유산균 톡톡' 김치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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