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시험이 끝나고 나의 학생들은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있다. 75분씩 2번 만에 끝내야 하다 보니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활동을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첫 단계로 '나를 사물에 비유'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스무 살 대학생이다 보니 '나는 넘길 수 있는 스케치북이다.'와 같이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또는 설렘이 담긴 비유가 많았다. 간혹 '나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이다.'와 같이 자신감 넘치게 자기를 소개하는 친구도 있었다.
수업 후 학생들 글을 피드백하다가'나는 김치다.'라고 비유한 글을 보았다. 이유도 꽤 멋졌다.이 친구 글에 감동받고 있는데 옆방 친한 교수님이 놀러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방금 본 '김치'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 비유 신선하지 않냐며자랑을 이어 나가는데,
"김치요? 푹 삭았어요?"
"푹 삭았다뇨! 풋풋한 1학년한테!"
순간 우리 둘은 빵! 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 교수님은 프로젝트 결과물을 도출하느라 몇 날 며칠을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있었다. 피곤이 온몸을 휘감아버린 교수님께 '김치'는 푹~삭은 묵은지였다.
같은 대상을 보고도각자가처한 상황, 나의 상태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물론 풋풋한 나의 학생은 '유산균 톡톡' 김치였다. 김치라고 비유한 이유는'나는 늘 새롭고 신선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로 당차고 싱그러웠다.(간호학과 남학생이고 늘 조용히 묵묵히 수업을 듣던 학생이라 이 비유가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