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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Nov 14. 2023

김장을 했다.


시댁은 집성촌이라 온 마을이 친척이다. 그래서 모내기도 추수도 고추 따기도 '품앗이'로 하시는 경우가 많다. 김장도 당연하다. 매년 동네 어머니들이 모여 이집저집 돌아가며 김장을 도우신다. 덕분에 나는 결혼 후 계속 '완성된' 김장김치를 받아만 왔다. 그러다 올해는 직접 배추에 양념을 묻히게 됐다.


매년 김장김치에 대해 짜다, 맵다, 양념이 너무 많다 등등 불만을 토로하는 자식들에게 시어머니께서 참 교육을 시키신 거였다. 형님 두 분,  나 이렇게 앉아서 양념을 묻혔다. 어머니는 우리 셋의 김치를 평가하셨다. 나는 며느리라 쉽게 넘어갔지만 형님들은 폭격을 맞았다.


"니는 와이래 속을 마이 묻히노."

"한 장씩 잘 묻치라."

"올개는 짜갑다 우짠다 소리 하지 마라이!"

"안 두배지게 잘 싸가 넣어라!"


우리 셋은 처음 한 시간은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수정하면서 정성을 다해 섞었다. 하지만 곧 정성은 사라졌다


"맹 익으면 똑같다."

"맹 우리가 다 먹을 건데 됐다 마. 막 섞어."


사위, 아들까지 투입되고 나서야 김장은 끝이 났다. 앞으로는 군말 없이 감사하게 먹자고 약속했다.

(난 늘 불만이 없었는데 하.하.하.)


맹: '어차피'의 경상도 방언
어머님, 감사합니다.
전 늘 맛있게 먹었어요!
어머님 아들 칭찬 교육 좀 시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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