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은 친구들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기 낳고 키우다 보니 10년 이상 제대로 못 만나다가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고 나서야 슬슬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점심때 만나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부랴부랴 들어가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전업주부라서 그나마 점심약속이 가능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살림과 아이들에 맞춰져 있던 우리들은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또 저녁밥 하러 가자!'
외치며 헤어졌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다 보니 나만의 시간이 많아졌다.
당연히 내 친구들도.
그래서 하루 날 잡아 밤새 놀기로 했다.
남편은...
알아서 먹고 출근하겠지.
건대 입구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수요일~목요일 1박 2일 호캉스
왜냐하면 가장 저렴한 주중 가격이라서.
수요일 12시 롯데백화점에서 만나 일단 점심을 먹고 백화점 한 바퀴 돌아보고 커피 마시며 체크인하는 3시까지 수다 떨고 여유로웠다.
호텔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좋았다.
커다란 주방과 넓은 거실에 방도 운동장같이 넓고 화장실과 욕실이 우리 집 안방만 하고 창밖은 시티뷰에 건대의 호수가 내려다보이고 환상적이다.
여기가 우리 집이면 좋겠다!
그렇게 집 구경(?)을 한참 하고 거실 소파에 다 같이 널브러져 뭐 할까 계획을 세웠다.
5시 30분쯤 나와서 한강으로 걸어갔다.
산책으로 걷기에 딱 좋은 거리에 한강까지 있으니 점점 더 맘에 드는 곳이다.
한강에 가면 먹어야 하는 한강라면.
처음 먹어봤는데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다들 맛있다고 해도 라면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
정말 맛있는 라면을 먹고 산책하며 웃고 떠들고 사진 찍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래서 옛 친구들이 좋은 거겠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강 위에 떠 있는 치킨집에 들어가 치킨과 떡볶이, 맥주를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얘기하며 놀았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와 아무것도 안 하고 다시 널브러져 있다가 한 명씩 씻고 나와 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히 멍 때리고 있고,
아무 말이나 막 해도 서로 다 받아주는 편한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좋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먹고 놀고 자고.
이런 여유는 처음 가져 보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씻고 짐 챙겨 11시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다시 롯데백화점 가서 아점으로 샤부샤부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며 계획 세웠다.
다음엔 어디 갈까?
진지하게 의논한 결과(이틀 동안 했던 대화 중 제일 진지했던 분위기) 설날 지나고 3월쯤에 잠실 롯데 호텔 가기로 결정했다.
수요일, 목요일 1박 2일.
처음으로 설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