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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머니의 시장 가방이 좋았습니다.

*꽈배기 앞에서 추억을 되새기는 글을 써보자.




어머니의 시장 가방은 기나긴 기다림을 갖게 만들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팠던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간식이라고는 전혀 생각하기 힘들었던 시절. 저는 어머니의 시장 가방이 좋았습니다. 유일하게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어머니가 시장을 다녀오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난 때문에 돈을 아끼느라 그나마 몇번 가기 힘들었던 시장을 가던 날, 저는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꽈배기 꼭 사오세요"


그 말에 어머니는 말 없이 시장을 나서셨습니다. 아마도 살림살이가 빠듯한데 그 돈을 쪼개어 간식거리를 사야 했던 어머니는 자식들의 기대에 한참을 고민하셨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시장에 다녀오는 날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생들 잘 돌보고 있겠노라고, 사실 나조차 간수하기 힘듬에도 불구하고 의젓한 척 하며 어머니에게 말했었습니다. 그래야, 어머니는 간식을 사오실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세상 어떤 날보다도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졌었습니다. 1시간이 일년처럼 느껴지는 기다림. 간식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던지요. 


'띵동!'


벨이 울리자 마자 세상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문을 열러 나갑니다. 어머니는 두부며 파며, 양파며 먹을 거리가 잔뜩 들어 있는 가방을 양손 가득 들고 계셨지만, 저는 어머니의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는 대신 가방을 요리조리 헤집어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기대를 잔뜩 품은 채, 들여다본 가방에는 검은 비닐 봉지에 꽈배기 몇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설탕이 가득 묻어 있는 꽈배기는 검은 봉지 안에 종이 봉투 안에 쌓여 있었습니다. 기름기가 눅눅하게 붙어 있었지만, 그 튀김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겠습니다. 철이 없던 저는 동생들 생각에는 아랑곳 않고 꽈배기에 눈독을 들여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기쁨이 가득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동생은 생각하지 않고 먼저 집어 먹었다고 혼나곤 했습니다.


지금은 언제든 시장에서 꽈배기를 사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꽈배기 가게 앞에 서성이는 저는 가끔은 어머니의 시장 가방을 기다리던 그때의 모습이 됩니다.










엄마는 핫도그 싫어 해.

-어머니와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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