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날강두’라고 불리며 많은 놀림을 받지만 한때 ‘우리 형’이라 불리던 축구선수가 있다. 바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다. 나는 사실 사람들이 ‘날강두’라고 부르게 된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 당시 거금 15만 원을 써서 호날두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러 갔지만 호날두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서운했지만 호날두 선수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아마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든 걸 이해할 만큼 호날두를 사랑했다. 사실 첫 번째 여행지로 영국을 선택한 것은 여행제한이 풀린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맨유유니폼을 입은 호날두선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호날두 선수는 엄청난 연봉 제안을 거절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했다. 이는 모든 맨유 팬들이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낭만적인 스토리였다. (비록 끝은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그 낭만적인 순간을 누리기 위해서 70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맨유 홈경기 티켓을 구매했다. 더군다나 그 경기는 맨유 대 토트넘 경기라서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도 함께 볼 수 있었다.
경기 당일, 호날두 선수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도 결국 호날두 선수가 경기 뛰는 것은 못 보는 것인가 낙담하던 순간 올라온 출전 선수 명단에 호날두 선수가 있었다. 경기장 위에 맨유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 선수를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린 시절부터 내 심장을 뛰게 해 준 선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됐다. 양 팀 선수들의 컨디션이 모두 좋아 보였지만 호날두 선수의 움직임이 특히나 좋았다. 올드트래포드의 분위기는 이때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희열을 주었다. Viva Ronaldo 가 무슨 뜻 인지는 모르지만 대충 호날두 짱! 이런 뜻인 것 같아서 나도 미친 듯이 외쳤다.
그날 경기 전까지 부진으로 인해 욕을 먹던 호날두 선수는 전반전에만 2골을 집어넣었다. 경기장에서 호날두 선수는 이미 신과 같은 존재였다. 2-2로 맞선 후반에는 전매특허 헤딩슛으로 해트트릭과 함께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골 (807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다. 긴 시간 동안 여행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힘듦을 그날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떠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희열과 감동을 느꼈다. 온몸이 짜릿짜릿했으며 골이 들어갈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살면서 내가 썼던 돈 중 가장 가치 있게 쓴 돈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즌이 끝나고 호날두 선수는 다른 팀으로 이적을 했다. 오직 한 시즌만 볼 수 있었던 맨유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 선수. 그 순간을 눈으로 담고 해트트릭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할 것 같다. 역시 떠나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