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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신행 Oct 22. 2023

알베르게 2층 침대 너머 썸을 타다

산티아고를 걷기로 결심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의 최대한 빨리 산티아고를 찍고 다음 여행지로 가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연애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매일 같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없던 사랑도 피어난다. 한국에 <남자 찾아 산티아고>라는 책도 있을 정도니 산티아고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는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수두룩하다. 실제로 걸으며 사랑에 빠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봤다. 자유분방한 유럽 답게 게이 커플의 탄생도 지켜봤고 임자가 있는 사람들의 사랑(?)도 봤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우리의 사랑을 지켜봤다. 처음에는 친구였던 우리가 마지막 날에 연인이라고 하니 축하해 주었다. 정말 부엔 까미노다. (스페인어로 좋은 길이라는 뜻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도, 연주도 연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우리가 친구에서 썸으로 바뀐 날이 있었다. 10일 차 알베르게에서 잠들기 전, 잠자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각자 2층 침대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때 나는 연주에게 ‘이렇게 하니깐 설레지 않아?’라고 물었고 ‘맞아 재밌네’라고 연주는 답했다. 


그렇게 우리의 썸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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