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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라떼 Mar 20. 2020

딸아, 열정 없이 시작해도 괜찮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도 없고 열정도 없다는 얘기 종종 하잖니? 그런 말 신경 쓸 필요 없단다. 오히려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직업이 확실하거나 무언가에 열정이 있다고 하면 이상한 거야. 


옛날 3대가 이어 온 도자기 장인이 있었어. 작은 흠도 허용하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작품만을 고집하는 도자기 장인이었지. 자신은 도자기를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말도 했어. 모든 열정을 도자기 빚는 일에 쏟아부었다는 그 장인. 정말 처음부터 그랬을까? 아버지 따라서 도자기 빚으라는 말에 가출도 여러 번 하고 서울 상경해서 다른 일 하겠다고 했을지도 몰라. 젊은 나이에 허름한 작업실에서 물레 돌리는 아버지를 한심하게 여겼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흙 빚는 일도 손에 익게 되고 간혹 때깔 곱게 구워진 도자기를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을 거야. 그런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십수 년의 세월이 흐르고 열정도 생기게 되는 거지. 일에서 가끔 행복도 느끼게 되고 말이야.


딸아, 열정이 있어 노력하는 것이 아니야. 노력하다 보면 열정이 생기는 거지


아빠는 우리 딸이 무슨 일을 하든 좋아. 처음엔 확신이 없을 수도 있고 이 길이 맞나 싶을 수도 있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실망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 안에 아주 작은, 정말 아주 작은 즐거움이 보인다면 그것으로 시작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시간과 힘을 쏟다 보면 열정은 자연스레 생기게 돼. 그렇게 성장하는 자신을 보며 행복감도 느끼는 거고.


젊은이들 열정 없다고 다그치는 어른들 있잖니? 사실 알고 보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야. 그냥 자기들 젊을 때 들었던 잔소리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 말 들을 필요 없단다.  


아빠는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이 있냐고? 아, 이거 비밀인데 그냥 연봉 보고 선택 직장이었어.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잘해보려고 노력 중이야. 더 나아지려고 고민하보니 아주 가끔 열정이 희끗희끗 보인달까? 아직 진행 중인 것 같아.


딸아, 두려워하지 마. 열정 없이 시작하는 게 인생이더라. 아빠는 언제나 너를 응원해. 사랑한다. 우리 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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