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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라떼 Mar 20. 2020

아들아, 어른은 공경하되 말은 흘려 듣거라.


아들아, 어른은 공경해야 하고 항상 존중해야 한다. 이것은 어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야. 너보다 어리다 하여 혹은 지위가 낮다 하여 함부로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인간이기에 공경하고 존중하며 배려해야 하는거지. 존중과 배려는 위아래의 문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른의 말이라고 무조건 옳다거나 네가 알지 못하는 지혜가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판단에 참고가 될 수는 있으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른의 말을 들으라고 하는 것은 조선시대에는 맞는 말일 수 있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았으니 당연히 그 마을에 대한 경험이 풍부했겠지. 뒷산에 오르면 뱀에 물릴 수 있다거나 흉작을 대비하여 곡식을 미리 비축해야 한다거나 실패와 고난을 통해 얻게 된 지혜를 어른들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을게다. 그러니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은 두 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했어.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너무도 다양한 길이 있고 너무도 다채로운 삶이 공존하는 세계야. 어느 한 인간이 삶을 통해 얻게 된 경험은 더 이상 보편타당하지 않단다. 설령 같은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이라도 그 경험과 지혜는 천차만별이니까.

그러니 자신이 이미 겪어 봤다고 말하며 자신의 경험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른은 경계해라.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빠의 말도 흘려 듣거라. 아빠도 아빠의 경험이 옳다고 할 수 없어. 그저 수천수만 갈래의 길 중 하나를 몇 걸음 걸어 봤을 뿐이란다. 아빠는 그저 너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기뻐하며 눈물 흘려줄 파트너이지 너에게 어떤 정답을 줄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가진 어른은 아니란다.


아들아, 이제 8살 돼서 아빠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 어쩌면 이 편지는 아빠 스스로에게 쓰는 편지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너로 살기를 심으로 바란다.

사랑한다.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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