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의 벗 나민이에게
나민아.
요즘 우리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40이 되어서야 운동의 기쁨을 알았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어디야!
나는 요즘 운동할 때가 가장 기분 좋더라.
운동하면 나오는 호르몬의 효과도 있겠지만
그 시간 자체를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다는 게
기분이 더욱 좋게 해주는 것 같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건
우리 회사와 사장님을 위한 시간이 주되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건
나도 살긴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게 큰데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
정말 오직 내 몸 하나만을 위한 거더라.
오직 나를 위한 나의 시간.
달리기를 할 때마다 좋은 점은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낸다는 거야.
달리다 보면 나도 없고 너도 없고
그냥 숨소리와 땀, 그리고
땅을 딛어내는 내 발만 있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춤이 절로 나오고
기가 막힌 글 제목들도 잘도 떠올라.
(물론 메모를 안 해서 다 뛰고 나면 까먹는 게 문제)
한 시간 달리기,
이거 죽어도 누가 시켜서 하는 거면 못할 것 같아.
우리 지금 열심히 하는 빅씨스언니 홈트도
누가 시켜서 하는 거면 진작 그만두었을 거야.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 못할 이유는
우리 다 알듯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내가 내 마음속에서 하고 싶다, 끓어올라서 하면
잘해볼 수 있는 것 같아.
시작은 내가 원해서 하는데
사실 꾸준히 유지하기는 또 다른 문제인 거 같아.
설레는 맘으로 시작을 했어도
그냥 혼자 했던 건 조용히 시동이 꺼지기 딱 좋더라.
나는 나에게 너무 관대하거든.
못할 이유들 많이 나열한 다음에
오늘은 운동 못하네.. 쉽게 용서해 버려.
운동 못할 핑곗거리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아도 그냥
마음의 소리로 혼자 끄덕이고
게을리하기 정당화 딱 좋지.
그런데
달리기도 strava 앱으로
달리기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우리도 별거 아니어도 일주일에 두 번씩
서로 같이 얼굴 보면서 함께 운동하니까
진짜 할 맛이 나.
내 마음에 피어오른 작은 의지 불씨를
누군가와 함께하면
그 불이 꺼지지 않게 서로 입김을 호호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
누가 알아준다는 게
인간한테는 그렇게 큰 건가 봐.
말로 하지 않아도
내 노력을 알아봐 주고 응원해 주는 맘인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샘솟지
누가 시켜서는 절대 못할
땀 삐질삐질 나는 운동
힘들어도 끝까지 해낼 수 있지
스핑크스도 만리장성도
함께라서 인간이 맨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겠지?
근데.. 대체 살은 언제 빠져 나민아..?
(사진 출처 : 스트라바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