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녹는: Entanglement 01

근자씨의 서재 - 얽힘? 무엇이 얽혔다는 것인가?

by 근자씨


봄이 오면 녹는

Entanglement 01

성혜령/이서수/전하영 지음

얼어붙고 녹아내리는 마음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이 책은…

세명의 작가가 쓴 세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책을 읽던 영화를 보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즐기는 편이라, 이 소설집이 ‘얽힘 Entanglement’라는 것으로 연결된 작품집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KakaoTalk_20260105_205524614.jpg 독서모임은 와인과 함께할 때 향이 깊어진다. @성수동, NYLS


책 표지를 보자면,

‘얽힘’은 다람의 문학 앤솔러지로, 세명의 작가가 쓴 세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됩니다. 각 소설은 독립적이지만 독자는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낼 것입니다. 그렇게 연결된 이야기는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듯 확장된 세계관을 향해 나아갑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과연 3개의 이야기는 어떻게 얽혀 있을까?

KakaoTalk_20260105_205524614_01.jpg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단편모음집




이 책은 어땠을까?


나방파리 - 성혜령

편입학원에서 만난 인연으로 얽힌 두 여자의 이야기.

누군가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면 삶이 피곤해진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담긴 이야기는 그것을 불호하는 나는 이 이야기가 더 재미없이 느껴진다.


언 강 위의 우리 - 이서수

3명의 여자들의 이야기.

친구들이지만, 너무 다른 성격, 완전히 다른 사회생활 경험으로 삐걱대는 그들만의 우정.

하지만, 그 삐걱거림이 오히려 그들의 우정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 더 오래 가게 만들 것 같다.


시간여행자 (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 전하영

예상하지 못한 지인의 사망 소식에 떠오르는 과거의 이야기들.

현재를 현재로 인식하지 못하면 지금이 과거인지 미래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과거에 머무른 삶은 미래를 밝히지 못한다.

얽힘의 장소 정독도서관, 3개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는 것이 고작 장소 하나인 건가?

이야기가 서로 좀 더 긴밀하게 얽혀 있다면 좀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주인공이 아닌 등장인물들 중에 한 명이 다른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되어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든지 말이다.

‘얽힘’이 있다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다.


성의 없는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언 강 위의 우리’가 가장 재미있게 읽혔다.

남자작가들이 쓴 소설집은 없는가?

65070032.JPG 좋은 와인이 없었다면 무척이나 아쉬웠을 독서모임이었다. @성수동, NYLS




'봄이 오면 녹는'의 문장들


나방파리 - 성혜령

p. 46

햇빛을 보니 눈에 거뭇한 잔상이 남았다. 언니가 무심코 눌러 죽인 나방파리 같은 검은 얼룩이 천천히 사라지기를 나는 기다렸다.

(관계로부터 비롯된 고통과 상처가 천천히 사라지길 바라는 것인가…)


언 강 위의 우리 - 이서수

p. 56

나는 술 좋아하는 친구들은 죄다 끊어버렸어.

도대체 왜요?

내가 항의하듯 묻자 사장님은 허공을 보며 말했다.

걔들은 사람을 자꾸 쓸쓸하게 해.

쓸쓸한 사람들이라 그런 거죠.

사장님은 ‘쓸쓸’이 아니라 ‘씁쓸’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하고, 만취 상태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결국엔 안 좋은 기억을 양산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1차, 아무리 더 마셔도 2차 정도까지만 마시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p. 57

꼭 우정 같지 않냐. 멀리서 볼 땐 아름답고 멋지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면 별거 없고 시시하잖아.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찰리 채플린의 명언, 과연 우정만 그럴까? 연애, 결혼은?)


p. 62

누군가의 마음을 찌르는 칼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것의 용도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상처를 주는 내용의 말에 미사여구를 붙인다 해도 용기를 줄 수 없다. 고로 말을 좀 예쁘게 하자.)


p. 67

현재의 감정은 분명히 ‘증’인데, 과거의 기억이 놔주지 않아서 자꾸만 ‘애’가 섞여들 때가 있잖아.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종선이 ‘애’와 ‘증’을 발음할 때마다 미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점멸하듯 ‘애’에서 켜지고, ‘증’에서 꺼지는 그 얼굴은 참으로 냉담해 보였다. 나는 고심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애’가 섞여 들 땐 그냥 사랑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종선은 반박하지 않았다.

(나도 반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사랑하라고는 하고 싶지 않다. 다시 현재의 감정이 ‘애’라면 모를까…)


p. 89

우리는 친한 게 맞을까? (그 대답은 우리의 믿음에서 비롯되고.) 친하다는 건 어떤 의미지? (한겨울엔 얼어도 봄이 오면 녹는 강.) 그래, 그런 강.

(한겨울엔 꽁꽁 얼어붙어도 봄이 오면 다시 녹을 수 있다는 믿음과 그 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우정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겠지.)


시간여행자 (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 전하영

p. 163

그 애에 대해. 아니 나에 대해. 가능한 미래와 잃어버린 과거에 대해. 혹은 그와 반대로 말해야 할까? 잃어버린 미래와 가능한 과거들. 내가 시간에 대해. 우리에 대해 쓴다면, 여전히 우리를 우리라고 말하고자 한다면, 살아 있는 그는 나를 응원해 줬을까? 내 마음은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쪽으로 기운다. 내가 다음에 올 사람들을 미리 용서하듯 그 역시 그렇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시간여행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간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시간 여행자.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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