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에세이
얼마 전 폭우로 피해가 막심했다.
특히 반지하에 살던 시민들의 사망사고 소식에 많은 언론이 주목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현상파악을 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다.
다시 얼마 후 이미 반지하 주거실태 조사는 몇 년 전에 했었다고 한다.
파악만 하고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대책을 세우지 않는 사람들이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1983년 우리 집은 1층 상가에 살고 있었다. 상가에 딸린 작은 방 하나에 5 식구가 살고 있었을 만큼 집안 사정은 좋지 못했다.
그 해 여름, 폭우로 한강이 범람했고, 동네에서 낮은 지대에 위치한 우리 집은 침수가 되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 하지만, 무릎 높이 이상으로 물이 찼던 것 같다.
모든 식구가 동원되어 비를 맞으며 중요한 살림살이들을 2층 주인집 거실로 옮겼던 기억이 난다.
주인집에서 작은 방 하나를 내 주어 하룻밤을 보냈고, 다음 날은 인근 초등학교로 갔다.
2~3일 사이에 물은 다 빠졌고 빠르게 복구가 진행되었다.
그 해에 북한으로부터 쌀을 비롯한 지원을 받은 기억도 난다.
쌀이 맛이 없어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 쌀로 떡집에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지난번 폭우 피해는 특히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이럴 때 피해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사회약자들이다.
말 그대로 약자이기에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피해를 입기도 쉽다.
몇 년 전 비 피해 때 나왔던 이야기인데, 이번에 또다시 반지하에 사람들을 살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다.
누가 거기 살고 싶어서 사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지.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반지하에 살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세상을 만들 생각을 하든지.
아니면 사회 취약 계층이 중위소득 이상으로 올라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사 가면 20만 원을 지원한다는 생각은 누가 한 걸까?
IT 기술도, 의료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이럴 때 보면 정치인들이나 공무원은 거의 발전이 없는 것 같다.
반지하에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라!
그래서 반지하가 없게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