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자씨 Sep 19. 2022

불편한 편의점 - 편의점이 왜 불편해?

근자씨의 서재 - 따스한 이야기가 24시간 만들어지는 곳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 나무 옆 의자


“아니, 죄송할 건 없고요… 좀 불편하네요.”

“어쩌다 보니…. 불편한 편의점이 돼버렸습니다.”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살던 덩치가 곰 같은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의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My Prologue


편의점이 불편하다고?

편리함의 대명사인 편의점은 어쩌다 불편한 곳이 되었을까?

우리 일상 속의 한 부분이 된 지 오래되어 버린 그 편의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쩌면 예전 어릴 적 동네 작은 슈퍼마켓이 떠올랐을지도....

전쟁과 질병 자연재해, 복잡한 정치 사회 현상까지 너무나 스트레스받는 세상에서 서울 구석진 작은 동네, 작은 편의점의 이야기가 어쩌면 나를 힘내게 하는 작은 한 병의 피로회복제가 될 것 같았다.


70만 부 판매를 기념으로 벚꽃 배경으로 표지가 바뀌었다.


In the book


P.140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밥 딜런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


P.156

“그러니까요…. 편의점에서 접객을 하며…. 사람들과 친해진 거 같아요. 진심 같은 거 없이 그냥 친절한 척만 해도 친절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 때, 무척이나 어색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멘트를 할 때 더욱 그랬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한 척해야 했고, 낯가림이 있는데 말을 먼저 걸어야 했고, 첫 만남의 Ice breaking 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까 그냥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런 나의 모습이 나의 자아 중에 일부분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의 성격은 만들어지기도 하는가 보다.



P.231

왜 옥수수수염차냐고? 술 대신 마실 음료를 찾아야 했을 때 그것이 원플러스 원 메뉴였기 때문이다. 플라세보 효과인지 몰라도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면 한결 갈증이 풀렸고 음주 욕구를 조금이라도 눌러놓을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 때문에 옥수수 수염차의 매출이 올랐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P.233

새벽 출근을 하는 손님이 물건을 고르는 동안 나는 옆에 놓인 옥수수수염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예전엔 폭음으로 잠재웠던 그 기억의 파편들이 다시 떠오르지 않게 맑은 갈색의 음료를 마시고 또 마셔야 했다.



P.239

나는 그녀에게 삼각김밥을 건넸다. 김밥과 함께 편지도 주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들어주라고 했다. 지금 내가 당신 말을 들어주었듯이 아들 말도 들어주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부끄러워졌다. 나는 편지를 쓸 수도 들어줄 수도 없으니 부끄럽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나는 혼자 산다.

퇴근 후 혼자 집에 있으면 오롯이 혼자가 된다. 외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 얘길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외롭나 보다.


P.242

신기했다. 죽음이 창궐하자 삶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 삶이어도 좋을 그 삶을 찾으러 가야 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보이고, 삶에 집착하면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죽는 것보다 좋지 않은 삶은 없다.


P.247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부동산, 육아, 교육…

결혼을 하지 않아서 풀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이미 그 문제들을 해결했네. 그걸 또 부러워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래서 나는 졌다.


P.251

“가족들에게 평생 모질게 굴었네. 너무 후회가 돼. 이제 만나더라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우리는 가족에게 친절하지 않을 때가 많다.

‘갑’님에게는 어쩔 수 없이 친절하게 대하고 그 스트레스 때문인가, 가족에게는 쌀쌀맞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고객에게 부드럽고, 팀원들에게 쌀쌀맞은 팀장도 있다.

돈은 고객이 지불하겠지만, 고객이 지갑을 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팀원이다.

누구에게 좀 더 잘해야 할까?



P.252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삶은 관계의 연속, 관계를 맺고 끊고 다시 잇고….

결국 모든 문제는 관계가 틀어짐에 있다. 어떤 방식 이던지….

그 관계가 틀어짐은 소통의 문제. 그 문제 또한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어렵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이야기는 생겨나고 이어진다. @Unsplash


My Epilogue


편의점 사장님과 노숙자의 인연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점점 주변 인물과의 관계의 확장을 통해 이야기가 생겨나고 이어진다.

갈등은 극복되며 상처는 치유된다.

불편한 그 편의점에 들르고 싶어 진다.

작가의 이전글 키덜트 - Kidul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