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는 글쓰기가 아니라 말하기다."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은 보고서 또는 제안서를 작성하는 내내 “내가 지금 누구(To)에게 무슨 말(Message)을 하려는 거지?”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저자가 직장생활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진솔하게 담고 있어 독자가 공감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상황을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그려내고 있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책의 전개 내용에 몰입할 수 있다. 책의 구성과 전개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직장인이 실무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이라 실무자에게 유용한 지침서가 될 듯하다.
저자는 기존 관련 도서들이 제시하고 있는 3C, 5W1H, MECE 등의 기법은 다루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유는 실무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이 기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책에 제시된 수많은 기법이 실무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으리라. 나도 공감한다. 문서 작성에 관한 대부분의 책은 문서 작성에 신박하다는 다양한 기법을 제시하지만 실무자가 공감하기 쉽지 않고, 실무에서는 그런 기법을 적용할 만큼의 전문적인 역량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모든 직장인들은 너무 바쁘고, 너무나도 게으르다고 일갈한다. 모순되는 듯하지만 직장인들은 자기 일에 매몰되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의미이다. 공감한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메일을 보내고 공문을 보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에 두고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글이 아니라 말이다'라는 저자의 주장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문서 작성을 대부분 글쓰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 보고서라는 보조 매체를 이용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서 작성에 자유로운 직장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보고서가 글쓰기가 아니라 말하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떻게 써야할 지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평상시에 자주 대화하고 유대가 깊은 팀장에게 하는 보고는 부담이 없는데, 대화할 기회도 거의 없는 경영진에게 하는 보고가 떨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구나 싶다.
알려진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보고서, 제안서, 기획서 등을 작성할 때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기존 틀에 구속되지 말고 담길 내용에 충실해 본인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라고 덧붙인다. 일면 타당한 말이다. 일면만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나름의 스타일로 작성한 보고서를 책에 제시하고 있는데, PPT 형태로 글씨가 작고 일관된 형식이 없어 가독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7장, 8장, 9장은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문서작성법이라 한글 기반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한글 기반의 보고서 작성 예시가 없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글 기반의 보고서 예시가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전반적인 책의 구성과 내용은 직장인의 보고서 고민을 덜어주기에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