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의 지원과 독일 유학생들의 재정보증
내 생각에 독일 유학을 꿈꾸는 이들 중에 상당수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대학 또는 대학원 학위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삼을 것 같다. 독일의 경우 자국인 외 외국인들에게도 교육비를 무상으로 하여 대학교 과정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물론 학교마다 예를 들어 기성회비와 비슷한 학기수당(Semesterbeitrag)을 걷는다. 그러나 이는 학기 동안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학기별 교통권(Semesterticket)을 포함하여, 일부 대학운영비용을 지원하는 목적이다. 대략 100~300유로 사이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사실 교통티켓 6개월 무제한 이용권을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이 금액이 얼마나 저렴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독일 정부의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
독일 정부는 경제적인 이류로 인해 대학 진학과 학업의 수행에 어려움을 가져서 안된다고 믿는 듯하다. 이는 독일 정부가 자국민 대학생들에게 필요시 지원하는 국가장학금(BAföG, Bundesausbildungsförderungsgesetz)의 방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독일은 학비가 무료라고 하는데 웬 장학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자연스럽다. 대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데는 단순히 교육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월세와 같은 주거비용도 필요할 것이고, 식재료 구입비도 든다. 기타 교재 등의 구입비가 필요할 수 있고,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즐기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대학생 스스로 아르바이트로 감당할 수도 있겠고, 일정 부분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또한 국가에서도 함께 그 짐을 짊어지겠다는 의미이다. 이런 국가 장학금의 정도는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소위 능력에 따른 비용의 차별이 아니라, 학업을 현실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필요에 따른 지원인 것이다. 장학금의 상환은 학업을 마친 뒤 5년 뒤부터 진행되며, 수혜금액의 50%를 무이자로 상환하면 된다. 상환액은 대략 한 달에 최소 130유로 수준으로 설정되며, 졸업 후 임금이나 경계적 상황을 고려하여 감면되거나 면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파격적인 혜택들이다. 그러나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에 따르면 2022년 독일인들의 대학진학률은 대략 54%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 70%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이 정도도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가 이 정도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고도 독일의 전통적인 전문직업훈련과정인 아우스빌둥(Ausbildung) 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국인에게 해당되는 지원이다. 독일 유학생들은 학비가 면제되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 한편,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Baden-Württemberg)라는 주에서는 유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학비 지원마저 없다. 그들은 한 학기 당 약 1500유로의 학비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만 한다.
독일 유학 생활들은 거주 허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기본적인 경제적 기반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독일 정부에서 어학비자를 포함한 학생 비자를 발급할 때, 외국인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를 요구한다. 이는 학생들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독일의 사회 복지 체계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유학생들은 체류 기간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부담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독일 정부가 유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재정보증의 방식으로는 독일에서 거주하는 친척이나 지인이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공식적인 보증서를 제출하거나, DAAD와 같은 기구에서 수혜 하는 장학금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 때때로 충분한 금액의 은행 잔고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 등이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일명 '슈페어콘토(Sperrkonto)'라고 하는 닫힌계좌, 잠금계좌, 차단계좌를 개설하여 계좌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독일 내에서 인정받는 봉쇄된 계좌에 필요한 금액을 예치하고, 매월 일정 수준의 비용을 꺼내서 쓸 수 있는 개념이다. 독일 정부는 매월 934유로의 재정을 보증하는 것을 요구한다. 즉 1년의 재정보증에 해당하는 11,208유로를 계좌에 입금한 뒤, 열쇠로 잠가두고, 매월 934유로 싹만 분할하여 이체받게 된다. 다만, 보통 유학비자 발급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1년 재정보증 금액에 해당하는 11,208유로의 슈페어콘토를 개설하면 2년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4년 총액을 묶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절약 혹은 아르바이트(Mini-Job)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개인적으로 총액을 절감할 수도 것이다.
슈페어콘토를 발급할 수 있는 은행으로는 Fintiba와 Expatrio와 같은 온라인 기반의 은행과 Deutsche Bank, Volksbank, Sparkasse와 같은 독일 내 지역은행에서도 가능하다. 온라인 기반의 은행의 경우 독일 유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설계된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계좌 개설 및 확인서 발급과 같은 행정 처리를 위해 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고, 개좌계설 비용이나 사용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독일에서 거주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개좌의 개설이 가능하다. 다만, 한 번에 큰 금액을 송금해야 하기에 행여 금액의 이체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가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Deutsche Bank나 Sparkasse 등과 같은 독일 지역 기반의 은행 중 슈페어콘토 업무를 수행하는 곳을 방문하면 된다. 다만 개좌 계설 비용인 상대적으로 비싸고, 독일에 거주해야 하며, 은행 업무 역시 독일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제약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