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한얼 Haneol Park
Jul 06. 2024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은 곳에 오르고
더 인정받고
더 부러움을 사는 삶을 살려면
더 노력해야 하고
처음부터 더 많이 가지고 태어났어야 하고
기회가 찾아오면 놓치지 말았어야 해
다들 알잖아,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거
하지만 불공평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도 모르게 내가 득을 본 게 있지 않을까?
우린 모두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보잖아
그렇다면 서로 부러워만 하다가 끝나는 인생들인 건가?
질투는 무지에서 온대
아는 것이 없어서 부러운 거야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그게 질투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이지
알고 보면 부러울 것 하나 없는 귀여운 것들 뿐이라니까
더 많이 가져야 해?
더 높은 곳에 올라야 해?
더 인정받아야 해?
부러움을 사야 해?
우리가 지구에서 100년을 산다고 해도
우주의 시간으로는 12시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라
우리가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에 놓여있어도
우리가 아무리 영광스러운 순간을 누린다 해도
사실은 그게 1분 만에 지나가는 거라면
뭔가에 좌절할 이유도 마냥 기뻐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힘들면 힘든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냥 감사하며 사는 게 좋겠어
어차피 이 모든 영겁같이 보이는 것들은 찰나일 뿐이니까
집도 절도 없어도
믿을 게 내 몸뚱어리 하나뿐이라도
처음부터 많이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더라도
이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경쟁을 싫어하는 성격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항상 기회를 놓치고,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 쉽게 믿는 바람에
당하고 또 당하고, 속고 또 속고
그렇게 미련하게 사는 성격이더라도
내겐 12시간 만이라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포기하지 않은 멋진 꿈들이 있고
작지만 내게만 주어진 것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참 다행이야
그걸로 충분하다
소중한 나의 1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