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by 박한얼 Haneol Park


내 유년 시절은 뭐 시골에서 마구잡이로 병정놀이나 하고 살았지

너는 병정놀이가 뭔지 모르지?

전쟁놀이야 전쟁놀이

그때는 전쟁 시절이었으니까

동네 애들끼리 편을 먹어가지고

막 치고받고 싸우고 놀았지

다치기도 해

그러니까 좀 무식했지.


쥐불놀이 같은 것도 하다가

논두렁도 불 질러 가지고 태워버리고

일부러 그렇게 불을 질렀었

그러면 오히려 병충해들이 없어지곤 하니까

일부러 불을 질렀다고

지금은 농약이 좋으니까 요즘 사람들은 생각도 못하지.


그러니까 그런 얘기를 하면은

이해가 안 가는 거야 요즘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 같겠지.


그래도 그때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


참 세상이 많이 변하고 달라진 거지 뭐

그걸 사람들이 이해해줘야 되는데,

이해 못 하면 어쩔 수 없고 그래.


옛날에는 보름에 붉은 달이

참 크고 선명하게 잘 보였어

공기가 맑았으니까

그때 보름달이 제일 큰 거야

그때 쥐불놀이를 그렇게 하고 그랬었어.


에잇 이거 찹쌀떡인 줄 알았더니

기정떡이네

그 이스트를 넣어서 빵처럼 만든 거야

그래 빵이야 빵.


옛날에는 이가 왜 그렇게 많았는지

아주 바글바글했어.

그땐 내복이 없어.

빤스도 없이 솜바지저고리 (완전히 솜으로 만든 바지. 그땐 최고의 겨울옷, 그거보다 더 좋은 옷은 없어)

맨 몸에 뭐 외출할 땐 두루마기

입으면 그게 다여

같이 사는 식구들끼리 이가 막 엉겨

그게 또 알을 낳아

바지저고리에 막 하얗게 잔뜩 껴

그게 너무 많아서 일일이 잡으려면

손에 막 피가 나

그래서 화로에다가 그걸 다 털어

그럼 타닥닥닥 타고 그랬었어 ㅋㅋㅋㅋ

DDT라는 게 있었어

그걸 온몸에 뿌려주고 그랬었어

그게 이제 소위 이 잡는 약이여

피부에는 안 좋은데

다들 이 때문에 가려워서 긁느라고 아주

애기들은 제대로 긁지도 못하니까 피부가 헐기도 하고...


물가에서 신나게 정신없이 놀다가

솜이 물에 젖으면

무거워져 가지고 걷지도 못하고

그래서 집에 가면 막 엄마한테 혼나고

또 새로운 솜바지저고리 해다 입히면

또 물에 젖어서 그러고 오고 그랬었어

그게 철없는 자식들이여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

그거를 팔 남매를 길렀으니 얼마나 고생했겠어.

근데 그걸 자식들은 몰라

그걸 돌아가시고 나서야 느껴

어머니 아버지를 잘 모시고 살 걸

그걸 뒤늦게 느껴

그게 한탄스러운 거야.


난 내가 그렇게 고생해서 컸기 때문에

자식들한테 대물림하지 말아야되겠다해서

도회지로 간 거야.

도회지에서 잘 길러보려고 하니까

자식이 부모 맘 같지가 않아.

그러니까 어떻게 해, 자식 마음대로 해야지.

내가 많이 배우고 내가 똑똑하고 하면

내 지식으로 자식을 설득시킬 수 있는데

내가 국민학교밖에 못 나왔는데

자식한테 대학원 나오라고 그럴 수는 없잖아.

그래서 내가 가르치려야 가르칠 게 없는 거야

내 배움이 자식보다 못하잖아

자식을 어떻게 훈계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야 나는

삶의 노하우만 가지고

나보다 더 배운 자식을 다 이끌어나갈 수는 없어

그래서 자식을 차츰 멀리하게 되고

네가 나보다 더 잘 살겠구나 하고 그냥 알아서 살라고 맡긴 거야

근데 살아보니까 사회가 그렇게 순순히 안 되는 거잖아

부모한테 맡길 수도 없고

그래서 나는 새끼들이 너무 안쓰럽고 그래

그게 그냥 계속 반복이야

원망스럽다가도 불쌍한 생각이 또 들고

나보다 더 배웠다고 해서

나보다 더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참 걱정스럽고

그게 부모 마음이거든


더 배웠다고 해서 지가 더 잘 살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잖어


그러니까 요즘은

너도 별 수 없구나 그러면서도

그래도 내 대를 이어서 손주라도 낳아줬으니

그거라도 다행이지.


근데 아직은 너는 니 앞길 닦기에 급급하지?

사회생활 많이 하고 결혼까지 해 봐

해 봐야 어떻게 헤쳐나가야 된다는 게 보이지

지금의 너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야 그냥

하고 싶은 생각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지

말도 안 되지





keyword
이전 01화손주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