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한얼 Haneol Park Jan 3. 2022
겨울난리가 있고 가을난리가 있어
가을난리부터 얘기해줄게
가을에 벼가 노랗게 익었어.
고모부가 우리 집으로 피난을 온겨
그때 조금 한가해가지고
내가 같이 고기 잡으려고 철다리 밑으로 갔어
거기에 고기가 참 많았어
비행기가 근데 윙~ 하고 지나가면서
그 다리를 부수려고 폭격을 한 거야
근데 조준을 잘못해서 산에다가 쏴재낀거야
이북에서 내려오는 보급로를 끊어버리려던 거지
아유 고기 잡으러 갔다가 얼마나 놀랐겠어
나 그때 나이가 뭐 12살 밖엔가 안됐었는데
집으로 가니까 폭탄의 압력이 얼마나 셌는지
문들이 그냥 다 망가져있더라니까?
사람은 좋은 일보다
나빴던 일을 더 많이 기억해
나는 7~80프로가 안 좋았던 얘기 같아
좋았던 건 2~30프로 될 걸
왜냐면 나는 6.25를 지나면서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전쟁이 나면 제일 불쌍한 게 어린애들이랑 여자들이야.
젊은 남자들은 그냥 전쟁 나가서 살면 살고 죽으면 죽고 끝나
근데 애들이랑 여자들은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해
군인들이 여자들한테 총대 갖다 대고 벗으라면 벗고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옆에 있어도 누우라면 눕고
방아쇠 한 번 당기면 죽는 거니까
그런 꼴들을 난 목격 하면서 자랐으니까
내가 국민학교 11살 때쯤 됐을때였을거다
지금은 한일공장이 생긴 소란이라는 데서 살았어
얼마나 참혹했냐 하면
움집을 만들어가지고 저녁 해 넘어가면 마을 여자들을 다 넣어가지고 문을 잠가
남자들은 큰 방에 모여서 생활을 해
마을 입구에다가 종을 하나 달아
그리고 교대로 보초를 서
미국놈들이 그때 어떻게 했는지 알어?
낮에는 잘해주는 척하다가
밤에는 총 들고 여자들을 강탈하러 와
한 두 사람이 당한 게 아니니까
마을 사람들이 여자들을 그렇게 숨겨준 거야
저녁에 비가 내리는데
여자들 그렇게 숨겨놓고
남자들은 호롱불 켜놓고 그렇게 대기를 타고 있었어
난 그때 한 19살밖에 안됐으니까 거의 보기만 했는데
내 할머니가 환갑이 넘었었어
너한텐 고조할머니가 되겠다
근데 그 놈들이 양쪽에서 총을 들고 들어오는 거야
그러고서 한쪽으로 몰아서 여자 찾는 거야
플래시로 막 비춰보더니
할머니가 그 사이에 나왔잖아
그냥 보고 가는 거야?
그래서 이 X놈의 새끼들 죽여버리려고
거기에 있던 한 형이
뒤에다가 수류탄을 던져버린 거야
맞아서 죽진 않았는데
무서워서 총들을 던져놓고 도망가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어렸을 때 그랬었어
참 힘든 세월을 산 거지
그때 그 외국인들이 도망가서 뒷산으로 올라가 밤새 비 쫄딱 맞고 벌벌 떨다가 해 뜨고서야 돌아갔다더라니까 글쎄
지들도 잘못하면 죽을 거 같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그거 같이 겪었던 사람들이 다 죽었어
그때 동료들이 남아있었으면
같이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얘기하고 참 재밌을 텐데
그냥 나 혼자 생각만 하는 거지
어디 가서 얘기했다가 지어낸 말 아니냐고 할까 봐
옛날에는 음식 보관을
방공호를 파가지고 그 안에다가 다 집어넣어 놓고
비행기가 폭격하고 그러면 그 안에서 밥 해서 먹었어
집집마다 그런 게 없는 집이 없었어
그게 나라 대책이었고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지
그때만 해도 이북이 소련의 지배를 당하면서 더 잘 살았단 말이야
북한에서 김일성이 6.25 때 통일을 시켜보려고 선발대를 보냈어
걔네는 뭐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말을 타고 넘어와서 우리들한테 아주 친절했어
엄청 잘해줬어
걔네들이 주로 밤에만 움직였거든?
낮에는 들키면 냅다 폭격을 당하니까.
근데 그 방공호 안에 북한 군인 애들이 들어와서 같이 우리 음식을 나눠먹으니까 너무 미웠던 거야
그때 농사를 좀 많이 지어서 그래도 우린 잘 살았어
가을이니까 타작을 해가지고
헛간에도 감자를 한 움큼 쌓아놓고 있었는데
인민군들이 감자를 같이 쳐먹고
복숭아도 주렁주렁 얼마나 많이 달렸어
나는 그걸 익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것들이 다 익지도 않은 걸 싹 쳐먹고 갔다니까
그 놈들이 얼마나 미웠겠어 내가
나는 그게 꼴 보기가 싫어가지고
말 안장을 쓱 풀어서
지붕 꼭대기에 던져놔
지붕 꼭대기에 안장들을 다 숨겨놨지
그러면 또 애들이 못 찾아
아무리 찾아도 못 찾잖아
그러면 그 이튿날 비상이 걸려서
아무거나 말한테 걸치고 가는 거야
어차피 걔네는 가면 그만이여ㅋㅋㅋㅋㅋ
또 올 녀석들도 아니고
우리 아버지가 그 숨겨놨던 안장을 돌아가실 때까지 메보고 그러셨을 걸?
그게 참 크고 질기고 좋았어
내가 참 머리가 좋았던 것 같아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내가 걔네가 미워서 그렇게 해버린 거거든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나보고 생각이 참 묘하다 그랬어ㅋㅋㅋㅋ
내 밑에 동생이 둘이나 죽었지 그때
피난 가다가 죽어가지고
하나는 갓난애기였는데...
우리 아버지가 1시간 만에 어디 묻어주고 돌아오셨더라고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야
사람 사는 게 파리 목숨...
그때는 홍역이 심해도 그 예방 주사 놓을 것도 없었고 그냥 걸리면 다 죽은 거야
근데 참 다행히도 형님이랑 나는 홍역을 앓았는데도 안 죽었어.
어떻게 살았는지도 몰라
참 다행이지
그땐 부부생활 중에 생기면 낳는 거지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우리 엄마는 열둘을 낳았는데 여섯이 죽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