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행

"너는 참 느끼한 말을 잘하는 것 같아."

by 박한얼 Haneol Park

답답하고 숨이 턱 막히는 말을 들었다.


"쉬운 일을 넌 왜 그렇게 어려워하냐? 그냥 하면 되지, 다 핑계야. 그냥 너 하나 편하자고 그러는 거잖아. 입으로만 하는 건 누가 못 해. 기분 나빠? 난 맞는 말을 하는 건데? 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야. 내가 너한테 관심도 없으면 이런 말을 왜 해"


인간은 원래 모순적이고 모순적인 게 인간이다. 저 '맞는 말'에도 자세히 보면 사실 모순이 숨어있다. (무엇일까요?) 내가 기분이 나쁠 필요도, 더 나아가서 상처 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어차피 인간이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면, 말도 저렇게 쏘아붙이는 형태보다는 예쁜 것이 좋지 않을까?


말을 다듬을 줄 안다는 것은 정성을 들인다는 것이고, 말은 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인 것 같다. 솔직한 말과 막말은 다른 것이다. 애정이 담긴 조언과 섣부른 지적 엄연히 다르다. 세상에는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고 비춰지는 화면(관점)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어떠한 의도로 말을 건넸든, 마음이 중요하지 본인 생각이나 팩트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아니다. 결국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어느 날 친구들과 셋이서였다가 헤어지는데, 방향이 같아 함께 지하철을 타게 된 A에게 장난 삼아 말했다.


“B한테 한 번 사랑한다고 메시지 보내 봐!”


A가 재밌을 것 같다며

“사랑행~”이라고 보냈다.


B가 답장을 했다.

“음? 나동~”


예상치 못한 친구의 반응에 A와 함께 재밌다고 막 웃었다. 그냥 친구들끼리 웃자고 하는 농담같은 사랑 고백도 단순하지만 웃음 짓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년 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참 느끼한 말을 잘하는 것 같아.”

태어나서 내게 느끼하다고 하는 사람이 처음이었어서 꽤 당황스러웠다. 보통 느끼하다는 건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일 때가 많으니까.


예능 프로그램인 ‘식스센스’에 출연하시는 배우님께서 게스트로 출연하신 다른 배우님에게 “너는 목소리가 카스텔라 같아~ 귀에서 미각이 느껴지는 건 처음이야.”라고 칭찬을 했는데, 편집자분이 자막으로 '느끼'하다는 표현을 써놓은 걸 보면서 내가 느끼하다는 말을 들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나는 진심과 표현력이 동시에 느껴져 재미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느끼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꽤나 있을 것 같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분들이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했는데, 상담 선생님께서 서로에게 “너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해주는 기회를 가져보자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OO아~! 너 잘하고 있어~!” 응원해주던 출연자분이 오히려 눈물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잘하고 있다’는 말도 평소에는 잘 안 쓰니까... 우린 이런 누구나 필요로 하는 말들을 느끼하다며 정작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예쁜 것들은 좋아하면서, 눈에 보이는 걸 그렇게나 중요하게 여기면서 말의 모양새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인지 신경을 잘 안 쓴다. 선물도 포장을 해야 줄 수 있는데, 왜 말은 포장도 안 하고 막 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건네받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려도 말이다. 그냥 직설적인 것뿐이라고, 그렇게 포장할 줄은 알면서 말이다.


포장할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도 예쁜 말들이 참 많데...

예를 들어 사랑행~”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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