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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그날의 밤

by 바카

할머니의 실종과 발견, 요양병원 입원 후의 변화


기억과 불안 속에서 조금씩 무너지는 존재,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나'의 다짐



그날 밤,

할머니가 사라지셨다.

할머니 집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안에는 인기척조차 없었다.


동네 이웃들과 함께 119에 신고해 문을 열었지만,

불이 켜진 채, 주인 없는 텅 빈 공간만이 우리를 맞았다.


나는 아이들을 재운 뒤,

남편과 함께 할머니가 가셨을 만한 곳을 돌아다니며,

어딘가에서 홀로 두려워하실 할머니를 찾아 헤맸다.


할머니가 가셨을 만한 거리부터 슈퍼, 공원, 병원 등


하지만 할머니는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할머니가 등록된 돌보미지원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할머니는 그날 밤늦게 경찰에 의해 구조되어

동네 근처의 가까운 병원에 입원조치되셨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보호자 등록이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면회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가족만 가능합니다."


당연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족이 없는 할머니이며,

가까운 이웃사촌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담당자는 윗 상사와 얘기해 보겠다고 하며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상사와 통화를 끝낸 담당자가 다시 내게 와서

내 이름과 기본 정보를 물었다.


그리고는 할머니에게 물어보겠다며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는 동안 내가 도울 수 없겠단 생각에 쓸쓸함이 밀려왔다.


한참 기다린 끝에,

나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가 내 존재를 기억하고 계신 덕분이었다.


할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 손을 앙상한 두 손으로 꼭 붙잡으며 울음을 터뜨리셨다.


"갑자기... 집 주소가 생각이 안 났어요.. 길이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어요.."


할머니는 경찰과 병원 측에 집에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답답했던 속내를 나에게 털어놓으셨다.


그날,

할머니와 나는 정말 가족을 다시 만난 것처럼 서로를 안아주었다.

할머니는 내 품에서 아이처럼 서러운 눈물을 한참 동안 흘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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