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은 그렇게 고요해진다

by 박바림

눈이 내린다. 삼삼오오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내려오는 함박눈이다.


눈이 오면 조용해진다. 하늘을 정처 없이 떠돌던 소음이 눈과 함께 땅 아래로 가라앉는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넋을 놓거나 조심스러운 발걸음에 집중하느라 말을 아끼고 숨소리를 낮춘다.


사람들이 이 눈을 바라본다. 각자 머릿속에 다른 장면을 꺼내온다. 누군가는 보고 싶은 이를, 지금은 가닿을 수 없는 행복했던 순간을, 모두 짐작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장면을 꺼내올 테다. 그리고 조용히 응시할 것이다.


겨울은 그렇게 고요해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연결음이 영원히 끊기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