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33

by 글짓는 사진장이


자매결연을 맺은 한 농촌마을에서 마주친 김장하는 풍경입니다.

사진을 찍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매년 이 맘 때쯤이면 이렇게 마을사람들이 한데 모여

열 일 제쳐놓고 함께 김장을 담는다고 하시더군요.


마을사람들 먹을게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한 어린이 복지시설에 보내줄 김장이라고 합니다.

그리 넉넉지 않은 시골 살림이지만,

특히나 이 맘 때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느라 정신없이 바쁜 시간이지만,

부모도 없는 어린 것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데 보탬이 된다 생각하면

열 일 제쳐놓고 달려들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마을 어르신들 말씀을 들으며

나눔은 가진 게 많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농촌 고령화 때문에 올해 쉰 한 살인 자신이 이 마을 막내라며

힘쓰는 일은 혼자 도맡아 하시던,

그러면서도 내내 웃음 지으시던 마을 아저씨를 비롯해

추운 날씨에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시종일관 기분 좋은 얼굴로 김장을 담그시던 마을 어르신들 모습이

지금도 눈 앞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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