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진이 그렇게 쉽게 찍혀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

by 글짓는 사진장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사진 한 장 찍자 청하면 십중팔구 되돌아오는 말이 있다. "젊고 예쁜 사람들이나 찍지, 뭐덜러 내 같은 늙은 사람을 찍을려 하요?"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한다. "젊고 예쁜 사람들 얼굴에는 인생의 깊이가 없어서 내 눈엔 어르신들만큼 예쁘지 않아서 그러죠"라고...



사진 인구 저변 확대와 카메라 성능 뺨치는 스마트폰 대중화로 그 어느 때보다 사진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루에도 수천만 장 혹은 수억 장쯤 되는 사진들이 세상 어딘가에서 찍히고 있고,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알맹이는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사진도, 사진을 찍는 사람도 넘쳐나지만, 감동을 주는 사진이나 사진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윤동주 시인은 <세상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진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노래했다. 마찬가지로 세상은 살기 어렵다는데 사진이 그렇게 쉽게 찍혀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부끄러운 줄조차 모르고 찍어대는 건 더 부끄러운 일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딧불이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