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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Feb 22. 2023

내 별명은 <헤벌레 2호>였다

웃는 것도 습관이고 훈련이 필요하다



국민학교 5학년 시절, 내 별명은 <헤벌레 2호>였다.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헤프다며 담임 <선생놈>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나보다 더 헤픈 놈이 있었던지 <1호>는 면했다는 거였다.


별명으로 놀림 좀 받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번 붙은 별명은 거머리보다 떼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선생놈>이 지어준 별명은 동급생들에게 정말 먹음직한 먹잇감이었다.

일종의 오피셜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누구나 마음놓고 불러도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비록 <2호>이긴 했어도 그만큼 잘 웃던 내 얼굴에서 어느날부턴가 웃음이 사라졌다.

나름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탓도 있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웃을 일이 없어진 까닭도 있다.

종래엔 웃는 근육마저 퇴화해 버려서 <헤벌레 2호>라는 별명이 무색해질 지경이 됐다.


내 꼴이 그렇게 변해서 그랬을까?

해외봉사 활동차 방문한 라오스에서 가장 먼저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건만 뭐만 좀 했다 하면 다들 까르르 깔깔 뒤집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웃는 것도 습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에 비춰보면 계속 웃기 위해선 지속적인 훈련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자꾸 웃어 버릇해야 웃을 일이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거고,

자꾸 웃어서 웃는 근육이 발달해야 잘 웃을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든 거다.


그러니 기회가 오면 자꾸 웃어 버릇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못 웃으면 내일도 웃을 수 없을 거고, 웃음 근력이 점점 떨어져 모레나 글피는 더더욱 웃을 수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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