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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밥 메밀국수 54년 노포맛집, 부산 초량묵집

by 글짓는 사진장이


부산역 근처 맛집,
혹은 부산 초량동 맛집으로 유명한
1972년초량묵집은
좋은 도토리와 메밀을 구해다가
장인의 정성어린 손길로
한땀한땀 직접 손질하고 갈아서
진짜배기 묵을 만들어 파는
2대 54년 역사를 간직한
노포 맛집이다.
ⓒ글짓는 사진장이

부산역 근처 맛집 1972년초량묵집은 부산지역 맛집 탐방에 아주 매우 많이 정통하고 진심이신 이웃 작가님이 '전설의 할머니와 절대 미각의 며느리'가 운영하는 집이라고 극찬을 하셔서 관심을 갖게 된 노포 맛집이다. 상호에 들어간 '1972'라는 숫자를 통해 이미 짐작했겠지만, 올해로 54년 차를 맞는 2대째 전통 맛집.

1972년초량묵집이 더더욱 내 관심을 끌었던 건 식당 역사에 깃든 남다른 사연 때문이다. 창업주인 할머니께서 중간에 몸도 아프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식당 문을 닫으려 하자 인근 주민들이 새로 식당자리를 구해 십시일반 월세까지 대신 내주며 장사를 계속하실 수 있도록 돕고 나섰다는 거다.

심지어 나중에 이같은 사연을 알게 된 해당 건물주님께서는 십시일반 모은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천명하셨다는데, 도대체 어떤 음식으로 식당을 어떻게 운영해 오셨길래 이런 드라마 혹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감동 스토리가 연출될 수 있는 건지 자못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러니 직접 찾아가 볼 수밖에.

부산역 근처 맛집 1972년초량묵집 시그니처 메뉴는 도토리묵밥과 메밀묵밥, 메밀국수 등 도토리와 메밀을 주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들이다. 시판되는 기성 재료가 아니라 직접 좋은 도토리, 메밀을 구해다가 일일이 세척하고 말려서 갈아낸다는 원칙을 창업 이래 50년 넘게 일관되게 지켜오셨는다는데, 그 정성과 노력만으로도 이미 어지간한 맛집은 가볍게 뛰어넘고도 남는단 생각이 들 정도.

이 집이 이렇듯 손 많이 가는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진짜배기 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마주치는 젓가락으로 집으면 힘없이 부서지는 무늬만 묵이 아니라 탱탱하고 탄력있어서 젓가락을 포크처럼 사용해 찍어먹을 수도 있는 찰지고도 단단한 묵이 바로 그것이다. 젓가락으로 자르거나 손가락으로 집어 흔들어도 원형이 부서지지 않아서 신기하단 생각이 들 정도.

​여기 더해 화학조미료는 거의(이것저것 많은 첨가물들 중에는 미량이나마 섞여있는 경우가 많아 양심적으로 아예라고는 말을 못하시겠단다) 사용하지 않고 천연육수만 사용해 담백하고 건강한 맛을 구현한 게 특징인데, 슴슴하지만 심심하진 않고, 자극적이진 않지만 먹다 보면 몸 속 어딘가에서 뭔가 꼬물꼬물 감각이 깨어일어나 맛있다고 소리소리 지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미묘한 맛을 뭐라 표현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그래서 그나마 가장 정직하고 정확하게 그 맛을 표현하자면 백문이 불여일먹 혹은 불여일식(食)이라 말하고 싶다. 나중에 부산 여행 가실 일이 있다면 직접 가서 먹어보는 게 정답이라는 얘기되시겠다.

노포에 깃든 감동적인 스토리도 좋았고, 손수 재료를 손질해 전통적인 방식과 천연육수로 깊은 맛을 우려낸 음식맛까지 모든 게 완벽했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워낙 알음알음 소문난 맛집이다 보니 식재료가 너무 일찍 떨어진다는 점이다. 내 경우 부산여행 첫 코스로 잡아 호텔에 차만 세워둔 채 1시 좀 넘어 부랴부랴 1972년초량묵집부터 찾아나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료 조기소진으로 목표했던 도토리묵밥과 메밀콩국수를 먹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

그러하니 "난 메밀묵보단 도토리묵파얏!" 하는 분이나 "난 메밀콩국수가 꼭 먹고 싶엇!" 하는 분들은 음식점 오픈 시간에 맞춰 반드시, 꼭 오픈런을 하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메밀묵밥과 메밀국수도 물론 맛있긴 했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먹고 싶은 메뉴를 먹어야만 입도 더 즐거워지는 법이니까.

참고로 '맛있는 집은 현금결제'라는 오랜 철학이랄까 습관에 따라 내 경우 이 집에서 오랜만에 현금결제라는 걸 했더랬는데, 오래 두고 보고 맛보고픈 좋은 음식점들은 다만 몇 푼 신용카드 수수료라도 아껴주고 싶은 마음에서 행하는 내 개인적인 이용꿀팁 중 하나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 참고는 하되 오해나 지나친 확대해석은 말아주시기 바란다.

부산역 앞 초량전통시장 근처에 위치한 맛집 1972년초량묵집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단 매장 내 식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만 가능하며, 나머지 영업시간 중엔 포장판매만 가능하다.

좌석수가 많지 않아 손님이 많을 때는 웨이팅이 좀 심하게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 참고하시기 바라며, 일요일은 정기휴무다. 전용주차장이 따로 없고, 주택가 골목길에 위치해 있는 지리적 특성상 주차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방문 예정 시 가능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부득이 차를 갖고 갈 경우 근처 초량시장 유료주차장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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