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약 Aug 01. 2021

부지런한 백수의 일상

매일을 여행처럼 보내는 방법

코로나가 터지고 여행을 거의 못가게 되었다. 원래 일을 쉬면 태국에서 이삼개월 살다와야지 싶었는데, 태국은 커녕 국내여행도 가지 못하게 되었다. 3년만에 다시 가진 쉼이였으나 그럼에도 아쉽진 않다. 있던 곳에서의 일상을 충분히 잘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스치듯 만난 조경이 너무 아름다웠던 동네로 이사와 산지가 벌써 삼년이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고 조금만 나가면 산이 있는 곳. 광활한 자연을 담은 까페가 발에 채이는 이 곳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산뜻하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 지역을 골라서 이사왔기 때문에, 일만 없으면 이미 여행이였다.


백수 1개월차에는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을 정리하고 큰 방을 작업실로 꾸몄다. 침대를 옮기고 벽지와 페인트를 바르고 책상과 pc를 세팅하고 고릴라랙으로 짐들을 정리했다. 백수 2개월차에는 평소 듣고 싶었던 프로그램들을 신청했다. 모바일로 코딩수업을 신청하고 줌으로 듣는 중국어와 글쓰기 수업이 있다. 그리고 본래 듣던 미싱수업과 바이올린 레슨, 수채화 수업이 있다. 그리고 작업실에서 미술 대전과 온라인 수업 연구개발을 준비했다. 어짜피 출퇴근이 없으니 하고 싶은 것들로 루틴을 꽉 채웠다. 독서도 실컷 했다.  


오늘로 백수 3개월차가 되었다.  자주 차를 타고 나가 낮의 자연과 여름의 색을 관찰한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려 노력한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새벽마다 매일 운동한다. 뭘로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내려놓고, 지나가는 시간과 공간감을 느낀다. 오래 잊고 지냈던 사람에게 괜히 연락해보고, 내가 지금 뭘하며 사는지도 sns에 공유해본다. 좋아하는 과일도 쌓아두고 먹고, 보고 싶던 컨텐츠들도 실컷 본다. 하루하루 드는 생각들은 이렇게, 브런치에도 남겨본다.


있는 공모주들도 몽땅 도전해보고, 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도 고민해보고 철학책도 빌려본다. 우리동네의 구석구석을 차로 둘러본다. 새로 생긴 건물을 관찰하고, 같은 수업 수강생분들에게도 괜히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걸어본다. 모든 수업을 가기 전에는 복습을 철처히 해간다.  집 앞 공원에서 바이올린도 켜보고, 안 가봤던 까페도 가보고 오전 9시에 도서관 열람실 자리도 맡아서 공부도 한다. 뒷베란다에서 예쁜 화분도 키워본다. 


정처없지만 열심히 하루 하루를 보낸다. 목적지 없이 하염없이 뱅뱅 돌고 있는건 아닐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은 집어던지고 당장 눈앞의 호기심을 해소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일단 다 건드려본다. 쉬는 시간은 언제나 정말 소중하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작은 이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