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행복한 건강생활 04
영양사·식생활 연구가 이영인
길을 걷다 포장마차의 온기에 걸음을 멈추게 되는 계절. 추운 겨울이 오면 팥앙금이 가득 든 길거리 간식이 생각난다. 갓 구운 붕어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나타나는, 따스함 머금은 붉은 팥이 반갑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이 있어 팥은 이 시기에 더욱 친근한 식재료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옛말을 따라, 단호박의 포근함까지 더한 단호박 단팥죽 한 그릇으로 몸도 마음도 편안한 연말연시를 보내는 건 어떨까.
영양소 팔방미인 곡물. 팥
겨울 외에도 사계절 팥을 가까이 해야 할 이유는 많다. 먼저 팥의 비타민 B1 함량은 곡류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팥을 섞어 밥을 지으면 백미밥 위주 식사 시 부족해질 수 있는 영양을 보충하기 좋다. 또한 칼륨이 풍부하여 나트륨 배출에 용이하므로, 부종 예방·혈압 상승 억제·노폐물 제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식이섬유나 철분, 각종 미네랄뿐만 아니라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함유되어 있어 가히 영양소 측면에서 팔방미인 곡물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식품의 효능이 탁월하다고 하여 과하게 섭취하면 반작용이 따라오기 마련이니, 별미나 간식으로 적당량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팥의 칼륨과 사포닌은 이뇨 작용이 강하므로,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정성 가득 죽 한 그릇
죽은 주재료인 곡물 등에 물을 넉넉하게 넣고 무르게 끓여 유동식 혹은 반유동식 형태로 만든 요리를 뜻한다. 외식을 하거나 가정 간편식을 구매하면 쉽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므로, 요즘에는 죽이 편의 식품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집에서 직접 죽을 쑤게 되면 단단한 곡식을 푹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타지 않도록 계속 저어야 한다는 점에서 꽤 많은 품이 든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죽을 끓인다는 행위는 정성과 돌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편 곡물의 종류가 많은 만큼 각종 부재료나 식문화,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죽을 만들 수 있으며 활용법 역시 무궁무진하다. 먹기 쉬운 부드러운 형태이므로, 환자의 회복식이나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증진하는 별미 혹은 바쁜 일상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있는 대용식 등 상황에 맞춰 응용할 수 있다. 멥쌀을 이용한 흰죽, 밤·잣 같은 견과류로 만든 열매죽, 팥·녹두 같은 콩류를 쑨 죽 등이 대표적이다. 흰죽에 어패류나 육류 혹은 콩나물이나 시래기 등의 나물을 넣어 맛과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단단한 겨울 별미
동지 팥죽이라 하면 찹쌀가루로 빚은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넣어먹는 풍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체중 조절이나 소화 불량 등 건강상의 이유로 새알심이 부담스러운 경우라면, 새알심 대신 단호박을 넣어 보기를 권한다. 단호박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설탕을 대체할 수 있고, 식이섬유가 칼로리 대비 포만감을 더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단호박에 함유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 또한 추운 겨울 우리 몸의 면역력을 단단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보다 간편하게 조리하거나 씹는 맛을 더하고 싶다면 레시피에서 블렌더로 갈아내는 과정은 생략해도 좋다. 먹고 남은 죽은 냉장 보관 후 데우지 않고 차갑게 먹어도 별미다. 취향에 따라 시나몬 가루나 꿀 등으로 향미를 더하거나, 잣·호두·땅콩 등 견과류를 토핑으로 곁들이면 팥죽을 더욱 고소하고 든든하게 즐길 수 있다.
재료(4인분)
팥(말린 적두) 200g
단호박(껍질 포함) 100g
말린 다시마 5g
찹쌀가루 1큰술
소금 1작은술
물(레시피 참조)
만드는 방법
1. 팥을 찬물에 여러 번 흔들어 씻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수한 물에 6시간 이상 불린다. 단호박은 2~3cm 크기로 깍둑썰기를 한다.
2. 1의 물을 따라 버린 후 팥과 다시마를 냄비에 넣고, 팥이 넉넉히 잠길 정도의 물을 부어 중불로 가열한다. 끓기 시작하면 물을 200mL 정도 추가한 후 뚜껑을 닫고 약불로 낮추어 40분 정도 팥이 무르게 으깨질 때까지 삶는다.
3. 다시마를 건져 낸 후 단호박과 소금을 넣고, 물을 200mL 정도 추가하여 중불에서 가열한다.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약불로 낮추어 단호박이 익을 때까지 20분 정도 삶는다.
4. 단호박과 팥 덩어리를 1/3 정도 덜어 내고 한 김 식힌 후 핸드 블렌더로 냄비의 팥과 단호박을 간다. 이 과정에서 농도 조절을 위해 물을 적당량 추가해도 좋다.
5. 찹쌀가루와 4에서 덜어 낸 덩어리를 다시 넣고, 잘 섞이도록 저어 가며 약불에 데워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