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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양배추가 처치 곤란일 때 오코노미야끼

by Balbi


3월이 시작되고 모두 바쁜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주말만큼은 맘껏 자라고 내버려두고 각자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그 덕분에 하루 두 끼만 해결을 하면 되니 한결 편하다. 가끔은 지난 주말과 같이 중간에 간식을 요청해서 만들 때도 있지만…….


아침과 점심의 중간쯤 애매한 한 끼를 먹고 저녁을 먹기 전 모두의 입이 심심하고 허전함이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뭘 먹으면 좋을까 생각하다 냉장고의 재료들을 보니 오코노미야끼가 딱이다. 양배추 한통을 사서 그 한통이 처치 곤란일 때 해먹으면 좋다는 지인의 말에 냉장고의 재료들을 하나씩 꺼냈다.


<재료>

양배추, 냉동 슬라이스 오징어, 냉동 새우, 슬라이스햄 또는 베이컨, 부침가루, 돈가스 소스 또는 데리야끼 소스, 마요네즈, 가쓰오부시


양배추를 5등분 정도로 잘라 채를 썰어준다. 샐러드를 할 때처럼 너무 곱게 채를 썰지 않아도 된다. 채 썬 양배추를 한번 헹군 후 큰 볼에 담고 오징어와 꼬리를 뗀 새우, 그리고 슬라이스햄도 함께 넣어 반죽을 해준다. 반죽은 부침가루를 조금만 넣고 좀 묽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묽게 반죽을 한 후 프라이팬에 부침을 할 때는 너무 크게 하면 안 된다. 뒤집을 때 모양 유지가 어렵다. 이 생각을 못하고 처음에 프라이팬을 꽉 채우게 크게 했다 뒤집으며 다 찢어지는 불상사가 있었다. 그렇게 처음의 오코노미야끼는 제대로 모양을 갖추지 못하고 완성되었다. 두 번째엔 넉넉히 기름을 두르고 적당한 크기, 뒤집기 좋은 크기로 반죽을 올리고 부침을 시작했다. 오코노미야끼는 너무 얇게 하는 것보다 약간은 두툼하게 반죽을 올려 만들기 때문에 중간불로 부침을 해주면 좋다. 중간 불에서 익어가는 반죽을 보며 윗면의 반죽이 살짝 익은 게 보일 때 빛의 속도로 뒤집어 주면 된다. 윗면의 반죽이 익기도 전에 성급하게 뒤집으면 첫 번째 오코노미야끼처럼 찢어져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기 어렵다. 뭐든 적당한 때가 있는 법이다. 불 조절 역시도 그렇다. 빨리빨리 하겠다고 무조건 강한 불에서 하면 바닥면만 타고 제대로 된 부침을 맛볼 수 없다. 그렇게 두 번째에서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춘 오코노미야끼를 완성할 수 있었다.


완성된 오코노미야끼를 접시에 담아주고 소스는 돈가스 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마요네즈도 뿌려주었다. 가쓰오부시를 올려 먹으려고 보니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다. (자주 사용 안하는 재료는 이렇게 유통기한이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쓰오부시는 올리지 않고 기본 소스만 뿌린 오코노미야끼였지만 맛은 훌륭했다. 처음 해본 요리라 맛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막걸리와 함께 먹기 좋은 안주요, 아이들 간식이었다. 야채, 특히나 양배추는 손도 대지 않는 아들 녀석이 흡입을 하고 둘째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양배추는 이렇게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다 보니 재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오징어가 어느 순간 비싸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식재료가 되었다. 지구의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져 우리나라 바다에서의 어획량이 확 줄어서라니 슬픈 일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슬라이스 냉동 오징어를 사봤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단 슬라이스 되어 있으니 따로 손질을 안 해도 되고 부침에 넣어서 먹어보니 맛도 괜찮았다. 종종 사용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소스. 여러 레시피를 보니 오코노미야끼에 뿌리는 소스를 만들어서 하던데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져 집에 있는 돈가스 소스와 데리야끼 소스를 뿌리니 오코노미야끼와 잘 어우러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나의 요리 철학이라면 ‘MSG를 사용하지 않고 쉽고 간편하게 집에서 만들어 먹자!’(가끔 떡볶이처럼 요리에 따라 MSG가 듬뿍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이고 요리 에세이를 쓰는 이유다.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면 레시피만 보다가 접어버리게 된다. 큰마음 먹고 요리를 해보려는 의욕이 꺾이고 만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하나씩 해보다 보면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요리가 두려운 요린이 여러분 함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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