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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속 편한 아침의 선택, 또띠아 샌드위치

by Balbi


요즘 우리 집 아침 단골메뉴는 또띠아 샌드위치다. SNS에서 보고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처음엔 영상 속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했지만, 지금은 그냥 편히 내 스타일대로 하고 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특별한 것이 없다. 슬라이스 햄, 치즈, 닭가슴살, 계란, 상추 등을 넣어 휘리릭 만들어준다. 몇 번 먹어본 아이들이 종종 주문한다.


“엄마, 내일 아침 모야?”

“금세 저녁 먹고 낼 아침이 궁금하니?”

“그냥 궁금해서. 그거, 또띠아 해주면 안 돼?”

“알았어, 냉장고에 또띠아 있으니까 해줄게.”


저녁식사 후 돌아서서 낼 아침 메뉴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요청하는 게 이해가 안가지만 크게 어려운 게 아니면 최대한 맞춰주려 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침에 밥을 즐겨하지 않는다. 식빵, 시리얼, 혹은 소고기를 선호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식빵을 먹은 후 내속이 편하지 않았다. 10대와 50대의 소화 능력이 같을 수는 없지만 불편함을 느끼고 나니 식빵보다는 조금 속이 편한 것으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또띠아다.


또띠아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도 속이 편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요즘 아침 준비에 자주 활용하고 있다. 또띠아는 프라이팬에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야 제맛이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살짝만 구워주면 되는데, 시간을 조금만 더 오래 두면 바삭하게 구워져 과자처럼 부서지는 식감이 된다.

구운 또띠아 위에는 집에서 키운 상추를 깨끗이 씻어 올린다. 그 위로 프라이팬에 살짝 구운 슬라이스 햄 두 장을 얹고, 슬라이스 치즈 한 장도 올린다. 이렇게만 해도 충분히 맛있지만, 좀 더 든든한 한 끼를 위해 닭가슴살을 구워 추가하기도 한다.

다만, 고기를 많이 넣으면 퍽퍽해질 수 있어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고기와 채소, 치즈 간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결국, 음식에서도 균형이 맛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스도 다양하게 여러 소스를 바꿔가며 뿌려주고 있는데 아이들은 발사믹 소스가 들어갔을 때 가장 맛있다는 평을 내렸다. 아침마다 달라지는 소스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둘을 보는 것도 재미다. 어쩜 그리 소스의 달라짐을 귀신같이 알아내는지. 입맛이 참으로 예민하다.


음식을 만들고 글을 쓰다 보면 재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곤 한다. 오늘은 주재료인 또띠아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중남미 지역의 주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석회 처리한 옥수수 가루로 만들던 빵으로, 스페인 정복 이후 밀가루로도 만들기 시작했다. ‘또르따(Torta, 둥글납작한 빵)’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고대로부터 옥수수 가루로 만든 또띠아는 멕시코 남부에서 특히 사랑받았지만, 북부에서는 값싼 밀가루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밀가루 또띠아가 대량생산과 보급이 용이해 더 흔히 사용되고 있다.


옥수수 또띠아를 만들 때는 ‘닉스타말화’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옥수수를 석회수에 담가 나이아신 화합물을 소화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았던 원주민들이 터득한 지혜라고 한다. 또띠아는 그 자체로 먹기보다는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싸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피자 도우 대용으로도 활용된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내가 아침으로 준비하는 또띠아 샌드위치가 단순히 간편한 한 끼를 넘어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는 생각에 묘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또띠아 칩, 즉 나초가 또띠아를 튀긴 것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간식이나 맥주 안주로 종종 먹던 나초가 이렇게 연결되다니!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이런 소소한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또띠아를 활용해 피자를 종종 만들어주곤 했다. 바삭한 또띠아 위에 토마토소스, 치즈, 그리고 각종 토핑을 얹으면 간단하지만 맛있는 피자가 완성되었다. 이제는 또띠아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메뉴들을 찾아봐야겠다. 활용도가 이렇게나 높은 재료라니,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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