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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Ko Oct 13. 2019

대체 야근을 왜 하는 건데?

사실 우리는 저녁까지 일할 필요가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공장에서 단순 생산직으로, 물류창고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항상 들었던 의문점이었다. 대체 왜 잔업을 하는 걸까. 사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잔업'은 썩 달가운 단어가 아닐 것이다. 요즘 같이 시급 8,350원인 시대에 잔업수당이라고 시급의 1.5배 씩이나 줘가면서 피고용인들에게 일을 시키고 싶을 리가 없다. 안 그래도 높아진 인건비에 돈이 추가로 더 나간다는데, 굳이 잔업을 왜 하라고 하는 걸까.


1. 물량 많아졌으니 잔업을 한다.


공장이든 물류창고든, 주문이 들어오는 양에 따라 근무량도 달라진다. 보통 여름이나, 설날과 추석 같은 긴 연휴가 껴있을 때 물량이 급증한다. 평소에는 일주일에 물건이 1,000개가 나간다 하면, 바쁠 때는 2,000개, 3,000개가 나가는 식이다. 만큼 일하는 사람들도 원래 일하던 것보다 부하가 더 걸리고, 힘들어진다. 이렇게 평소보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지고, 처리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 사람을 더 뽑는 게 정상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해결책은 집어치우고, 똑같은 인원으로 늘어난 주문량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당 맡아야 하는 일의 양이 평소보다 늘어날수록, 그만큼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정신 나간 고용주들은 그런 생산성의 저하를 시간이 모자라서 일을 못 했다고 판단하고, 단순히 저녁 늦게까지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때워버린다.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더 일한다고 떨어진 생산성이 증가할까? 이 2시간 동안 혁신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레일에 묶여있던 물건들이 미친 듯이 포장돼서 출하되지는 않는다.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 한 사람들에게 2시간을 더 일하라고 해봤자, 아무 의욕 없이 형식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집에 갈 시간은 한참 지나고, 다리며 허리며 근육통 때문에 욱신거리는 상황에 무슨 일을 더 하겠는가. 잔업수당 준다고? 안 줘도 되니까 퇴근시켜줘.


2. 그냥 해, 이 노예 새끼들아.


말 그대로다. 그냥 하라는 거다.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잔업하면서 할당된 생산량은 채우고, 못 채우겠다 싶으면 특근이라도 해서 메꾸라는 것이다. 물론 어느 곳이든 정해진 생산량을 채워야 하고, 그러라고 사람들을 뽑는 것이지만, 이런 고용주들은 부족한 인력을 더 채우거나, 발주량을 조절하거나 혹은 기존의 일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월급을 더 준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다. 한마디로 근로자를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일하는 기계나 쓰다 버리는 부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게 없다. 불만을 제기하면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 꼬우면 나가던가."로 맞받아칠 뿐이다. 힘없는 노동자들은 그저 고용주들이 원하는 대로 하루에 8시간을 정규 근무시간으로 일하고, 2시간 야근하는 것을 5일 내내 반복하며, 거기에 토요일 특근까지 8시간을 채워서 일주일에만 58시간을 일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7일 내내 일하는 꼴이다.

하루 근무시간 8시간×7일+2시간=58시간

문제는 사람이 이렇게 일하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게 느껴진다 못해, 눈에 보일 지경이다. 아침에 알람 소리에 눈을 떠서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역이고, 노동이 된다. 당연히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피폐해진 컨디션으로 아침에 출근해봤자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사무실에서 컴퓨터나 두들기는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알 리가 없다. 심심하면 한 번씩 내려와서, 멀뚱멀뚱 뒷짐 지고 걸어와 "왜 이렇게 물량이 안 빠졌냐? 이래 갖고 납기일 맞추겠어?"라고 언성만 높일 뿐이다.

3. 억지 야근


그러면 물량도 줄고, 딱히 할 일도 없으면 야근도 안 하겠네? 하겠지만 그럼에도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놀면 뭐하니? 그 시간에 돈을 벌면 1.5배를 버는데."라며 억지로 야근을 강요하는 꼰대들이 있을 때다. 아니, 자기네들 돈 벌겠다고 야근하기 싫은 사람을 왜 야근시키냐고. 이런 사람들 어처구니가 없는 게, 잔업 시간에 할 일들을 남겨놔야 한다고 일부러 정규 근무시간에 천천히 일한다. 정규 근무시간에 100을 일하고 퇴근하면 될 것을, 굳이 70만 일하고 나머지 30을 잔업시간에 처리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그러면서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을 "너 어차피 집 가서 하는 것도 없으면서 왜 퇴근하냐?"며 이상한 놈 취급해버린다. 노예 정신이 투철하다 못해, 노예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사람들이다. 남는 시간에 돈 버는 것도 한, 두 번이지 1년 내내 잔업에 특근까지 하는데 일 할 에너지가 남아있겠는가?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이성적인 생각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나는 잔업이 싫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 가서 씻고, 드러누워서 한숨 자는 게 더 좋다. 하다못해 그 시간에 혼자 술이라도 마시는 게 내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야근한 만큼 수당을 준다지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저녁 시간과 주말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의 생산량에 기여해봐야 성과급이라고는 개미 눈곱만큼도 못 받거나 혹은 한 푼도 못 받는다. 그런데 내가 무슨 근거로 야근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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