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서 하는 얘기는 잘 전달되지 않아요.
"네 어머님~ 그려셨어요. 담당 선생님께 확인해서 바로 전화드리라고 할게요"
오늘도 상담실장님은 전화응대에 바쁘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전화를 끊을 줄 알았는데, 그 후에도 통화는 계속된다. 어떤게 불만인지 한바탕 쏟아놓으신다. 어짜피 담당 선생님께 한번 더 해야할 이야기이고, 해결도 담당 선생님께서 해결해야하는 일이지만, 일단은 화풀이가 필요한 듯하다.
상담하면서 담당강사로서 나는 불편한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상담 선생님들 말씀들어보면 학원에 대뜸 전화해서 불만은 한참 이야기하시고 무례한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했다. 아무래도 아이를 직접 담당하는 선생님께는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상담 선생님들은 그에 비해 막 대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담은 해주는 사람도 요청하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많다.
일단 학원 선생님들이 잘 상담해준다면 컴플레인은 훨씬 줄어들거다.
잘못된 상담이전에 상담을 잘 안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나 또한 하루 맘먹으면 쭈욱 상담에 집중하긴 하는데 쉽게 전화를 들긴 어렵다. 심지어 평상시에도 핸드폰은 무음이며 왠만하면 전화말고 카톡이나 문자로 연락하면 좋겠다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야기하는 편이다. 포비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통화가 싫다. 하지만 최대한 일에서는 연락을 자주 드리려고 노력한다. 학원에서 직접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아이가 큰 문제가 없고 문제가 생긴다 해도 해결할 수 있지만 엄마는 학원에 맡겨두고 늘 궁금하고 걱정될 테니까.
상담하는 사람의 경우, 잘못된 상담의 대표적인 예는 아이의 문제점만 전달하는 상담이다.
"어머님~ A는 문제풀 때 식을 잘 쓰지 않고 계산 실수가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 오답한 부분을 프린트해서 다시 써오라고 해서 식 부분을 좀 교정해주려고 해요. 계산 실수는 그때그때 계속 이야기해줘야 고쳐지더라구요.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계속 이야기해서 신경쓰게 해볼게요."
" 어머님~ B는 풀이노트를 보니까 식이 마무리가 잘 안되어있더라구요. 아마 수업시간에 풀이를 베끼느라 수업을 잘 못듣는 것 같아요. 체크해서 풀이를 다시 채우도록 했구요. 수업시간에 계속 필기만 하는 건 아닌지 계속 지켜보도록 할게요."
이렇게 상담은 문제를 지적하면 그에 따라 어떻게 관리할 예정이다라는 말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한번은 학부모님이 이런 상담은 처음이라면서 매번 아이 문제만 지적당해서 고질적인 문제인 줄만 생각했었다고 하셨다. 우리 아이는 수학에 문제가 있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는 중이셨다고. 학원에 아이를 맡기는 이유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이지 그저 지식전달이 아니다. 아이가 그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때는 그에 따른 해결책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신중해야한다. 전문가에게 맡기는건 그런 걸 해결해 달라는 거다.
반대로 이런 문제점 지적이나 성적인 낮은 이유만 줄줄이 설명을 받은 학부모라면 반드시 물어야 한다.
" 네, 다른 학원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집에서 숙제가 잘 안된다면 공부시간이나 숙제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 좋을지, 아이가 집에서 놀기만 하는데 말을 안듣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고민하지 말고 물어보는게 좋다. 선생님도 같이 고민해 주기도 하고, 학원에서 아이가 못 따라오는 이유를 알게될 수 도 있으니까 말이다.
상담을 요청하는 입장에서의 문제는 불만을 쏟아내듯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대한 무슨 일인가 귀기울여 듣기는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입장에서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럴 땐 어떤 것이 원인인가 계속 생각하면서 듣고 "이런 게 불편하다고 말씀하시는거죠? " 한번 더 확인한다. 정확히 들은게 맞는건지.. 또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통화에서는 일단 잘 듣고 있다는 표시가 화를 좀 누그러뜨리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참 토해내듯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때 들을 준비가 되시는 것 같다.
일단, 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담당 선생님을 먼저 찾는 것이 좋겠고, 이유는 간단히 정리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대뜸 "선생님 상담 부탁드려요" 만 문자로 날아올 때 수업이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인지 궁금하고 걱정되서 손에 일이 잘 잡히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바로 전화하면 생각보다 간단한 상담인 경우가 많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수업시간, 셔틀시간, 성적상담 어떤 일인지 간단한 메모를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둘째로 물어볼 말이 많다면 한번 적어보자.
상담을 하다보면 물어볼 걸 제대로 못 물어볼 수 있고, 화내다보면 이야기가 산으로 갈 가능성도 높으니 말이다.
어떤 대화든 화가 난 상태로 진행하면 안된다.
상담 선생님은 감정노동자로 보호받아야 한다. 최대한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준비하고 계신 분이고, 하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 대화는 그 사람의 인격이 되기도 하고, 우리 아이는 계속 그 학원에 다닐 거라면 아이를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정중하게 이야기해도 컴플레인은 잘 전달되고, 더 위엄있게 전달되기도 한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원이고,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이고, 선생님이다.
돈내고 보내는 것이니 내 구미에 맞게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의 무례함은 그 요청이 받아들여질 수는 있어도 자발적으로 그 아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은 사그라 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