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by 밤비


“6월 18일 19시 43분에서 20시 13분까지. 어디에 있었습니까?”


명령같은 질문이다. 당신은 대답하지 않는다. 형사의 눈이 당신의 입술과 눈을 번갈아 뒤쫓는다. 조금의 망설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번들거린다. 형사의 침묵은 칼날 같다. 초침은 무딘 망치처럼 당신의 가슴을 두드린다.




당신은 잠자코 그 날을 상기한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하루의 끝. 편의점에서 1+1 맥주 두 캔을 샀다. 안주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차피 경찰 측에서도 결제내역과 cctv를 확보했을 것이다. 편의점에서 집까지는 도보 5분. 이리저리 골목길을 둘러 간다고 해도 1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당신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편의점에서 나선 지 30여 분 뒤였다.


30분의 공백. 그 어디에도 당신의 자취는 없다. 어떤 일이든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 당신은 사라진 시간 위에 찍힌 하나의 점이 된다.


“기억 안납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형사님이 말해줘서야 떠올렸습니다.”

“하나씩 되짚어봅시다. 그 날 편의점에서 나와서 무얼 했습니까?”

“퇴근길이었으니 집으로 갔겠죠. 평범한 날들 중 하루였습니다. 그게 꼭 기억나야 하는 겁니까?”

“꼭 기억해내야 할 겁니다.”


형사의 단호한 태도 앞에 당신은 고개를 숙인다. 테이블 위로 올린 두 손을 마주 비빈다. 미간을 구기며 서류들을 뒤적이는 형사의 손가락 끝에서도 날카로움이 베어 나온다. 테이블 위에 흩어진 인쇄물 속, 흐릿한 이미지 몇 장이 눈에 들어온다. 네모난 작은 화면 안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 당신이다. 그녀의 집 앞, 지하철출구 건물 모퉁이, 까페 화단 … 모두 당신이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으니까.





“정말로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당신은 조용히 숨을 내뱉는다. 당신과 형사의 눈빛이 얽힌다. 당신은 안다. 그 날 편의점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편의점 근처 낡은 건물 2층. 환풍기 아래 그림자 진 좁은 틈. 여자 화장실 외벽 구석. 습기에 젖은 벽이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오랜만에 그 곳을 찾았다.


무엇을 기다린 것이 아니다. 부끄러운 흔적을 지우러갔다. 두 달 전 당신은 그곳에 작은 카메라를 숨겼다. 호기심이었다. 확인도 안 한 채 방치해두었지만 잊지 않았다. 잊은 적 없었다. 그날, 당신의 주머니엔 오래된 흠집 난 카메라 하나가 들어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도둑고양이보다 더 은밀하고 치밀한 움직임이었다. 당신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카메라를 짓밟았다.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사랑의 모습이 아니었다.





당신은 기억해본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정말로, 그날만큼은.


당신은 안다. 그 침묵의 그림자 속에 감춰진 얼굴을. 그녀가 사라졌다. 이제 당신이 나설 차례다. 그 누구보다 빨리, 그녀에게 닿아야 한다. 되돌릴 수 있다. 되돌려야만 한다. 그녀를 찾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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