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는 마음

우울에 침잠하지 않기 위한 작고 분명한 실천들

by 밤비



우울증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단순한 우울감을 느끼거나 일상에서 번아웃을 경험할 때 당신의 선택은? 모르긴 몰라도 (정답이냐 아니냐, 효과적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어떤 최선의 일들을 할 거라 믿는다.


앞서 말했다. 당신의 우울은 오직 당신만의 것이라고. 회복 역시 마찬가지이고 때문에 무작정 약물치료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약물치료 외에 내가 할 수 있었던 많은 시도들 중 일관되게 효과가 있었던 것은 단연 '밖으로 나가기'였다. 정신과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담당의는 내게 이 부분을 제안했었다. 혼자 있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지 말고, 뭐든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


자살사고가 가장 심각했던 그 시절, 나는 수영을 배웠다. 즉흥적이고도 무모한 마음으로 덜컥, 지역 체육센터 수영수업에 수강신청을 한 것이다. 그 당시 내 수영 실력은 0에 가까웠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갔던 실내수영장에서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했던 것이 수영의 전부였다. 수경을 끼고도 눈을 뜨는 게 무서웠던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이후로 제대로 수영을 배워본 적 없었다.


나의 돌발 행동에 담당의는 몹시 기뻐했다. 수영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시간에 맞춰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독려도 해 주었다. 그 결과, 코로나 19가 창궐하기 직전까지 1여 년 간 수영 강습을 받았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모든 영법을 마스터했고 그 어떤 조건의 물에 던져놓아도 자유로이 물에 떠 있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더 중요한 건 우울과의 작별이었다. 담당의가 옳았다. 집에 가만히, 혼자 있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 어떤 식으로든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던 제안이 정확히 통했다. 그저 씻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움직였던 매일의 아침이 쌓이고 쌓이며 다음을 기대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어느덧 죽음의 그림자가 한걸음 물러난 것이 느껴졌다.


최근의 우울에도 나는 혼자 있지 않았다. 일단 나갔다. 달리기를 했고 마음 맞거나 시간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며 우울을 모른 척 덮으려 시도했다. 눈 가리고 아웅은 아니지만 외향적 성향의 내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최악이었음에 분명하다. 무작정 함께 있는 시간을 통해 우물 밑으로 침잠하려는 나를 자꾸만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우울 회복 기록이다. 내가 약물치료가 효과적이었다고 해서 모두에게 적합한 것이 아닌 것처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내게만 효과적인 극복방안이다. 주변 지인들도 각자의 우울을, 각자의 방식대로 회복했다. 약물치료는 전혀 효과가 없었지만 혼자 등산을 하는 것으로 극복한 사람, 우연히 접한 글쓰기 수업을 통해 전환점을 찾은 사람, 혼자 있는 시간을 완벽히 확보하여 스스로를 돌보는 데 집중한 사람,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훌쩍 일상을 떠나버린 사람 …


결국 핵심은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에 맞는 활동들을 하는 것. 기왕이면 인에 박힌 일 그래서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척척해내는 일보다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의 성향에 맞는 일에 도전해 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아마 뇌는 단순해서 갑작스럽게 접하는 어려운 과제에 에너지를 소모하느라 우울 버튼을 잠시 내려놓을지도 모른다.





※ 혹시 당신이나 당신의 가까운 사람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혹은 가까운 응급실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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