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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Sep 17. 2023

범죄심리사, 그것이 알고 싶다

많은 이들이 내게 보내온 물음들




참 매력적인 두 단어의 합성어라는 생각을 한다. '범죄'와 '심리'라니. 범죄심리사라는 이름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활동 특성상 '경찰서'라는 단어가 늘 붙어다니기에 나를 향한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빛 속엔 다른 단어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아마도 그 언저리에는 프로파일러가 매달려 있을 터. 심리학에 대해, 범죄 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는 비단 일반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심리학과 학생들마저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눈빛만으로도 내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달라,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범죄심리사는 흔히들 알고 있는 프로파일러와는 다르다. 우리는 전국 경찰서 여성 청소년계와 협력하여 '전문가참여조사제'의 일원으로 일한다. 우리가 하는 주 임무는, 경찰서에 입건된 청소년들을 만나 심리검사와 면담을 거쳐 해당 청소년이 재비행을 저지를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나를 통해 범죄심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된 사람들 대부분은 그 정도 선에서 호기심을 해결하고 개운한 표정으로 돌아서기도 하지만 일부는 더 많은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물어오는 사람들에서부터 SNS의 댓글로, 메시지로 질문이 쏟아진다. 그러면 나는, 범죄심리사 홍보대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정보를 전달하기에 이른다. 물론 핵심은 하나다. 최소한의 오해. 순도 백 프로의 의사전달. 아래는 그간 내가 받았던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나의 답변들이다. 혹 구독자들 중에도 궁금증이 이는 사람이 있다면 아래의 글에서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란다.  





Q. 범죄심리사는 아무나 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첫 번째는 심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범죄심리사 2급, 1급, 전문가 과정으로 세분화되어 있어요. 일반인이 접근하려면 범죄심리사 2급부터 차례로 코스를 밟아야 합니다. 범죄심리사 1급으로 바로 도전하게 되는 경우는 기본 전체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에요. 때문에 심리학과 4학년 생이 가장 접근성이 용이합니다(필수 이수 과목이 자연스럽게 충족되기 때문). 제가 범죄심리사 1급 강의를 들으러 갔던 당시, 경찰관 출신의, 2급에서부터 올라온 분들도 계셨어요! 자세한 기준이 궁금하시다면 [한국심리학회] 홈페이지 내 범죄심리사 관련 자료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Q. 범죄심리사가 되면 무상으로 일을 하나요?(봉사활동 같은 건가요?)

A. 아닙니다. 활동비를 지급받습니다. 수련생일 때는 보고서를 경찰서에 제출하기 전, 슈퍼바이저로부터 슈퍼비전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따라서 그때는 정해진 활동비가 슈퍼바이저 선생님께 일부, 수련생에게 일부 나누어 지급됩니다(비율은 수련생이 조금 더 많습니다.). 범죄심리사 1급이 되면 모든 활동비를 지급받습니다. 대신 자신의 보고서를 스스로의 얼굴과도 같습니다. 책임이 온전히 본인에게 있어요. 정확한 액수는 여기서 밝히지 않습니다. 업무가 중요해야 하는데, 액수만을 보고 (그리 크지 않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돈벌이, 아르바이트의 수단으로 여기는 분들을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Q. 범죄심리사는 무조건 비행 청소년을 만나는 일(전문가참여조사제)만 하나요?

A. 꼭 모든 범죄심리사들이 전문가참여조사제에만 임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범죄심리사라는 직업 하나만을 가진 분들보다는 본인의 본업이 있고 추가적인 업무로 범죄심리사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더 많습니다.) 범죄심리사 관련 지식들과 경험을 활용하여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들은 다양합니다. 제가 범죄심리사 강의를 들으러 갔던 당시에는 피해자 면담팀이 급히 꾸려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지원자들 대상으로 추가 교육과 더불어 일정 시간 수련 후 일자리 제공이 지원되는 특혜도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활동을 하다가 더 많은 진로의 방향들을 발견할 수도 있더라고요. 학교전담경찰에 부푼 꿈을 안고, 범죄심리사 활동을 시작했지만 경찰 선발 시험을 거쳐 경찰이 되신 분들도 계세요. 시작은 전문가참여조사제였지만 그 끝은 글쎄요, 모두의 선택입니다. 



Q. 간혹 무서운 아이들을 만나지는 않나요? 위협을 받아본 적은 없나요?

A. 개인적으로는 위협을 받아본 경험도 없고, 아이들이 무섭지도 않습니다. 경찰서에 입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일반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저와 마주한 아이들은 평범한 십 대 소년/소녀들입니다. 저는 그들과 악감정도 없고, 처음 만난 대상이잖아요. 보통은 우호적으로 저를 대해 줍니다. 그들과 편안하게 라포를 형성해서(신뢰 형성) 그들이 지나온 삶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적대적 관계 형성은 지양합니다. 가끔 스스로의 상처를 드러내야 하는 순간,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정서가가 불붙듯 튀어나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저와는 별개인, 자신들의 문제였으므로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습니다. 더불어 저희가 면담하는 공간은 경찰서 내의 면담조사실입니다. 일방경으로 밖에서 면담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와 줄 담당 경찰분들이 상주해 계십니다. 



Q.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나요?

A.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언급은 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제가 이야기하는 모든 사례들은 진실에 거짓이, 여러 가지 진실이 뒤엉킨 상태의 재구성된 사례가 될 겁니다. 비밀 유지 서약 때문이기도 하고, 범죄 심리사의 기본 윤리이기도 합니다. 궁금증은 궁금증으로 흘려보내주세요. 



Q. 제가 40대입니다. 나이 제한이 있나요?

A. 특별한 제한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현장에서의 활동만을 고려했을 때, 너무 나이가 어리거나 관련 영역에서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고(여러 삶의 경험들을 겪어보았고) 관련 영역에서의 경험과 경력이 쌓인 분들이 더 유리하고 또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나이가 어리면서도 경력이 탄탄한 분들도 있으니, 나이가 전부는 아니지요. 일반적인 삶에서의 연륜을 생각했을 때는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 유리할 수 있지만, 나이만 많고 삶의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Q. 범죄심리사는 전국에서 일을 하나요?

A. 매년 초, 지역 별로 배치 신청을 받습니다. 1년 단위로 시스템이 흘러갑니다. 올 해는 부산에서 활동을 했다가도, 내년에는 (주 활동지가 결혼, 이사 등으로 옮겨졌다면) 전혀 다른 지역에서 활동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활동하는 지역 내에서도 활동 구역이 정해집니다. 자세한 사항은, 범죄심리사가 되고 나면 각 지역의 간사님들에게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물어오는 질문들을 추려냈다. 혹 이 글로도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면 댓글이나 개인적으로 물어봐주시기를. 오늘도 범죄심리사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 어린 애정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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