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31일차
가벼운 몸이라고 써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마음으로 고쳤다.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개인적으로 건강 유지라는 명목으로 챙겼던 움직임들 말고, 헬스장 회원권을 결제했다) 짧은 시간 꾸준한 움직임이 내어준 가뿐함이 퍽 좋다.
첫날이니만큼 웨이트는 내일로 미루고 가볍게 러닝머신 위로 올랐다. (천국의 계단은 아직 무섭다. 이거 할 만한가요?) 걷기 시작한 지 10분 만에 온몸에 자리 잡은 땀샘들이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만큼 얼굴이 새빨개졌을 것이 분명하지만 뭐 어때, 계속 움직였다. 움직일 수밖에 없다. 러닝머신 위에서 멈추면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던가. 20분, 월경 직전인 걸 감안하더라도 몸이 축축 처진다. 속도를 높이고 경사를 높인 것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저 이 정도의 꾸준한 움직임에도 몸이 너덜거릴 만큼 체력이 뚝 떨어졌다는 증거일 터. 재미있는 건 그 이후였다. 30분, 신기하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속도를 더 올려 뛸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가벼움이다. 앞뒤로 교차하는 팔의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유산소는 기본 30분 이후부터 효과가 발현된다던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이게 그건가 싶다. 40분, 속도를 천천히 줄이며 운동을 마감하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40분 열심히 걷고 후끈 달아오른 몸으로 땅을 딛는데 온몸이 퐁퐁 떠다닌다. 축축 처지던 체력이 보송보송 해졌다. 가벼운 몸과 마음에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나, 운동 좋아했었네! 새삼스럽게 스스로가 기특하다. 꾸준히 지속되는 가벼움이기를 바라본다. 짧고 굵은 움직임이 또 일상을 살아갈 이유들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