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30일차
2박 3일간의 가을 캠핑이 끝났다.
새로운 타프를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포근하고 다정한 부엌이자 사랑방이자 아지트가 되어준 베이지색 육각형 공간. 햇살을 피하기에도 제격이었다. 늘 고민만 하다가 중고로 마련한 구이 바다는 매번 도구들을 따로따로 챙기느라 번잡했던 불편함을 말끔히 제거해 주었고 어떤 요리든 편안하게 또 맛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우리 텐트의 핵심이기도 한 에어매트는 구멍이 났다. (침대이자 탄탄한 바닥이다) 첫날, 빵빵하게 공기를 채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꿀렁꿀렁 물침대가 되어버렸다. 어디선가 바람이 새고 있다는 증거일 터. 첫날밤은 새벽에 두 번이나 공기를 다시 주입하고 자야 했다. 다음 날 텐트 밖으로 매트를 꺼내어 확인한 결과 바닥 부분에 다량의 구멍이 문제였다. 매트를 보관하기 위해 매번 접고 펴는 특정 부위들이었다. 보수 테이프를 붙여 급히 구멍을 막았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두 번째 밤도 물침대에 가까운 출렁임을 느끼며 잠을 청했다. 그나마 새벽에 한 번 공기를 주입한, 전 날보다 한 번이 줄어든 정도의 효과였다. 다음 캠핑 전까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새로 구매하거나 다시 수리해 보거나)
떠나있던 기간과 관계없이 캠핑에서 돌아온 당일에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다소 어렵다. 여행과는 또 다른 느낌의 어색함이 노이즈를 만든다. 온전히 자연이 되었던 후유증이라 결론지어본다. 서라운드로 지저귀는 갖가지 새소리를 들으며 (가끔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새들도 많다) 아침을 맞이하고, 머리가 어질할 정도로 상쾌한 공기를 폐로 그득 담아내며 아찔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풍족하진 않아도 가진 재료들을 십분 활용해 즉석에서 먹고픈 요리들을 소량 만들어 먹는다(집에서 요리할 때보다 더 재미있다. 소꿉놀이하는 기분에 가깝다). 핸드폰을 손에 쥐지도 않고, 책을 찾을 여유도 없이 그저 자연 속에 파묻혀 가만히 시간에 녹아든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일상보다도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신기한 경험도 한다.
한 그루의 나무, 한 떨기의 꽃, 한 장의 풀잎처럼 지내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빠르게 전환이 안 되는 건 당연한 이치겠다. 가득 쌓인 메일함을 확인하고, 처리해야 할 업무를 해결하고, 밀린 집안 일과 출근 준비를 하며 몸을 덥힌다. 일상의 나를 열심히 부른다. 온전히 자연이었던 시간을 땔감 삼아 일상의 내가 불탄다. 다시 또 일상을 이어갈 힘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