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색 네잔> 골목의 창발성에 대하여
'골목대장'이란 단어를 요즘에도 쓸까.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어렸을 적 학교가 끝나면 자연스레 동네 골목길에 모였다.
큰 밭을 마주 보고 놓인 평상에 집 마루 대신 가방을 내려놓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였고 오늘은 누가 '00 놀이하자!'라고 말할 것인가 눈치를 살폈다.
우리의 창조적 유희는 어떤 놀이를 할지, 몇 시까지 놀지, 누가 어떤 역할을 할지 심지어 놀이의 정확한 룰 조차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렇게 흘러가던 시간은 누군가 한 명이 배가 아려올 때쯤이나 '~야 밥 다 됐다.'라는 호통 같은 외침에 끝이 나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우리에겐 동네 친구가 존재한다. 다만 놀'길'이 없을 뿐이다. 땅바닥을 짚으며 놀던 손 위엔 어느새 스마트폰이 놓여 있으니.
가끔 기쁨곡간 벤치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본다.
작은 길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우리는 서로를 구경한다.
나는 지금 꽤 다정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아, 너희도 커서 나처럼 벤치에 하릴없이 앉아 있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아저씨,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셔요! 저 좀 보세요, 저 여기 살아요!"
당신의 놀'길'에 함께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