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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ul 07. 2020

비 오는 날의 시 <설탕물 국수>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음식

짠 바람에 태어나지 않고

최루탄 맡으며 나와

광주가 편했다


명절에 바닷가 장흥이라도 내려갔다 오면

물괴기들과 친하지 않아 늘 밥을 거르고는

어서 우리 할무니한테 가야지 했다


   할무니 할무니

   오이구 내 강아지 왔냐이


찬 마루 바닥에 풀썩 쓰러진 나에게

설탕물 국수를 내어주셨다


우리 할머니만 해줄 수 있는

요술 같은 음식인 줄 알았던 그것

물에 설탕 촥 뿌리고 소면 술술 풀어 넣었을 뿐인데

죽어가던 생명 살리던

  아따 고놈 참 기똥차네잉


킁킁킁 비 비린내가 서울을 덮으면

소박한 설탕물 국수 한 그릇이 먹고 싶다


흑설탕이어야 조금 더 맛나던

할무니 손이 그립다




*설탕물 국수: 전라도 일부 지방의 음식. 찬 물에 설탕과 얼음을 동동 띄워 소명을 삶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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