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음식
짠 바람에 태어나지 않고
최루탄 맡으며 나와
광주가 편했다
명절에 바닷가 장흥이라도 내려갔다 오면
물괴기들과 친하지 않아 늘 밥을 거르고는
어서 우리 할무니한테 가야지 했다
할무니 할무니
오이구 내 강아지 왔냐이
찬 마루 바닥에 풀썩 쓰러진 나에게
설탕물 국수를 내어주셨다
우리 할머니만 해줄 수 있는
요술 같은 음식인 줄 알았던 그것
물에 설탕 촥 뿌리고 소면 술술 풀어 넣었을 뿐인데
죽어가던 생명 살리던
아따 고놈 참 기똥차네잉
킁킁킁 비 비린내가 서울을 덮으면
소박한 설탕물 국수 한 그릇이 먹고 싶다
흑설탕이어야 조금 더 맛나던
할무니 손이 그립다
*설탕물 국수: 전라도 일부 지방의 음식. 찬 물에 설탕과 얼음을 동동 띄워 소명을 삶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