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지기의 희희한 인터뷰
당신이 기뻐하는 순간, 그 찬란한 모습이 궁금해요.
일상과 비일상 그 어디에 놓인 기쁨을
함께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하는 일, 나이가 아니어도 되니 무엇이든 우림님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말해 주시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말해야 되나요?(하하하) 제 소개 멘트를 최근에 정했는데요. 저는 25년째 김우림으로 살고 있고 김우림으로 살아가며, 제 자신을 알아가고 친해지는 것이 즐거워서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하게 된 사람입니다.
나이 먹는 것’이란 말을 강조하시네요.(서른이는 웃습니다.) 우림님께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그 전에는 25살, 반 오십이란 말이 싫고 두려웠어요. 이제 빼박 어른인 것 같아서요. 그런데 요즘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하루하루 나 자신과 깊어지는 것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좋아요. ‘즐겨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고 본인이 여전히 알아갈 것이 많은 무궁무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어요?
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잘 놀고 있었고, 이제 본격적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요. 7급 외무 영사직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7급 외무 영사직...? 30년 인생 중에 처음 들어보는 단어의 조합이네요.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일까요?
외교에서 행정적인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죠. 현지의 재외국민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해요. 친구들에게는 농담 삼아 해외에서 일하는 동사무소 직원이라고 설명해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을 하는 게 멋있어 보여 외교부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서 통일을 주제로 하는 편에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당시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제 비슷한 또래에 ‘통일’이란 주제에 큰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끼고 ‘언젠가,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그럼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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쁨터뷰어인 곡간지기와는 어떤 사이시죠?
사실 ‘은지언니’라는 말을 고유명사처럼 학교 동아리에서 엄청 많이 들었어요. 특히 동기들한테요.
네? 제가 좀 고생대 학번이라 우림님과는 학교를 같이 다닌 적도 없는데요?
친한 동기들 사이에서 ‘은지언니’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기쁨곡간을 하는 되게 멋있는 언니라고. 그러다 졸업한 학교 선배들과 함께 시작한 ‘벽돌깨기’ 책모임에서 드디어 언니를 만나게 되었죠.
흠흠. 실제론 어떻던가요?
‘와! 나도 드디어 은지언니를 만나는구나’ 이런 설렘이 있었고, 듣던 대로 실천력이 정말 강하고 멋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쁨터뷰 하시는 것도 신기하고요.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고 주변 사람들이랑 같이 이뤄나갈 수 있는 거죠?
하하하하하하!(막상 듣고 보니 더 쑥스러워 그저 웃지요.) 쁨터뷰를 신청한 이유도 저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어서라고 적으셨길래 감사하면서도 왜 저를 만나고 싶을까 궁금했어요.
언니는 ‘기쁨’이라는 단어를 되게 좋아하시죠? 기쁨곡간, 기쁨주의자... 그래서 저도 ‘기쁨’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기쁨’과 ‘행복’ 이란 단어 사이에 차이가 있는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언니가 가진 기쁨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어요.
제가 좀 기쁨~기쁨 하긴 하죠. 사람마다 특정 단어에 부여하는 의미가 조금 다를 테지만, 제가 생각하는 기쁨은 나 혼자만 재밌거나 편한 거랑은 조금 다른 개념이에요. 우림님이 정의하는 ‘기쁨’은 어떤 느낌일까요?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우선 제가 ‘기쁨’이란 단어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행복이랑 같은 건가? 헷갈리기도 했고요. 지금 좀 정리된 것은 행복보다 더 높은 차원에 있는 단어 같아요. 제 언어 습관 일지 모르는데 ‘아 행복해!’라고 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아 나 너무 기뻐!’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서요.
행복이란 상태를 넘어 어떨 때 ‘기쁨’을 느끼시나요?
제가 지어진 본질적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그리고 다른 이들이 자신의 삶이 지어진 목적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볼 때!
우림님의 기쁨을 빼앗는 방해꾼이 있을까요?
제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목적을 모르는, 내가 나를 빼앗긴 상태가 되면 기쁨을 잃는 것 같아요.
보통 어떤 상황에서 목적을 잃게 되시나요?
제 욕심이 과해져서 본질을 놓칠 때 매몰돼 버리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내 힘 만으로 살 수 있다 생각하고 교만한 사람이 돼버리죠.
최근에 봤던 픽사의 영화 <소울>이 생각나네요. 무언가에 아주 몰입한 인간의 영혼이 어느샌가는 잿 덩이가 되어 가라앉아 정처 없이 떠도는 장면이 있어요. 사랑이 집착이 되어 가둬지는 순간이랄까요.
맞아요. 제 삶에 제가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력서를 다 제거하고 김우림에게 남는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는데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라는 한 단어가 남더군요. 그것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누가 바꿀 수도 없고.
저는 좀 과격한 성향이 있어서 하하하;; 정말 소중한 것을 빼앗기면 싸워서 되찾아 와야 한다 생각하거든요. 우림님의 기쁨을 누군가, 무언가가 또 앗아간다면, 되찾아올 무기 같은 게 있나요?
고통이 심하지 않을 경우는 웃음 버튼 영상을 본다거나 혼자 거울을 보고 씨익-웃기도 해요.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나 지지 않은 깊은 수렁에 빠진다면 억지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려고요. 그런 일시적인 방편은 가득한 안갯속에서 잠깐 손을 휘젓는 것 같아요. 마음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우울의 안개가 걷히기까지 조금 기다려 보려고요. 뭔가 일부러 하기보다.
맞아요.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이 필요한 때가 있죠. 머리론 알지만 고통에 사로잡혀 있을 땐 그 너머를 볼 수 없으니까요. 볼 힘도 의지도 없을 때가 있죠. 그럼 우림님 말고 기쁨을 빼앗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사회 속에 있을 때 어떻게 하시겠어요?
질문을 들으니 어떠한 ‘결핍’을 가지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채워달라고 끊임없이 표현하는 누군가가 생각나네요. 그런 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관심 주지 말라고 조언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럴수록 더 넘치게 마음을 쏟아서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손 내밀고 있는 게 보이니까요. 알면서도 눈 감고 베푸는 것이 필요한 때인거죠.
기쁨이란건 결국 ‘함께’라는 요소를 수반하는 것 같아요. 혹시 우림님에게 더욱 함께 기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가족이요.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까 생각했을 때, 제기준에서 앞으로 가기보다 되돌아 가야 할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족들과 함께 기뻐하고 싶어요. 제가 대학을 가고 나서 부모님과 같이 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서 가정 안에서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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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청 이유에 스스로를 알아가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는데, 어때요? 오늘 우리의 대화가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 것 같나요?
내 이야기를 하는 게 힘이 부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언니가 사는 모습을 이렇게 볼 수 있고 인터뷰를 통해 대화 나눌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께서 제게 배울 기회를 주신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해주신 떡볶이도 너무 맛있고. 꺄-
어허허 이거 글로 나오면 꽤나 민망하겠어요. 자, 정말 마지막으로 쁨터뷰 지기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공통 되게 깨닫는 것이 있나요?
많죠. 우선은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대화를 하는데, 상대방을 많이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질문을 고르고 인터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인터뷰 전에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자료조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더 좋아하려고 노력해요. 좋아하는 사람에겐 궁금한 것이 많아지거든요.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고요. 제 마음이 그렇다면 인터뷰이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요?
*쁨터뷰로 그대의 기쁨을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인터뷰 신청을 해주세요:)
insta. @soso_rejoice